SK(주) 이사회는 15일 오전 10시20분부터 오후 9시15분까지 약 11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로 진행됐다. 회사측이 10일 열렸던 이사진 간담회에서 요청했던 추가자료를 이날 이사회에 제공함에 따라 사외이사들은 5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면서 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일일이 대조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이사진은 SK글로벌을 청산할 때와 지원할 때 중 어느 쪽이 더 SK(주)에 이익이 되느냐는 비교가치 평가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외이사들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보도문에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강력히 요구했다'는 문구를 넣은 것도 사외이사들의 집요한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오후 1시께 오전 회의를 마친 이사들은 보도진을 피하기 위해 사옥 35층에 위치한 임원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친 뒤 오후 2시께부터 회의를 속개, 저녁 식사까지 거른 채 숙의를 거듭했다.
울산공장에서 상경해 오전 8시부터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본사 앞에서 침묵 피켓 시위를 벌인던 노동조합 간부 30여명은 이사회가 지원안을 승인했다는 소식을 듣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SK그룹관계자는 "이사들이 SK글로벌 청산시 발생할 파장과 국가경제를 위해 현명한 판단을내렸다"며 환영의사를 비쳤다.
'계열분리, 독립경영만이 회사 살리는 길', '재벌체제 회귀 웬말이냐', '출자전환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었던 이들은 앞으로 이사진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지원을 반대하는 주주들과 함께 저지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SK에는 100여명에 이르는 취재진이 오전 일찍부터 몰려들었고 방송사들은 중계차까지 동원, 회의진행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등 SK그룹의 운명이 걸린 이날 회의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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