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검사 강화, 조총련 시설에 대한 면세 중지, 대량살상무기 전용 기자재 수출기업에 대한 수사 등 일본의 대 북한 압박 조치들이 속속 가시화하고 있다. 9일 니가타(新潟)항에 입항 예정이던 만경봉호가 일본의 대대적인 검사 태세에 반발해 출항을 중단한 이후로도 일본의 항구에서는 북한 선박에 대한 입항 거부와 일시 출항정지 조치 등 엄격한 검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이바라키(茨城)현의 츠치우라(土浦)시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조총련 시설에 대한 고정자산세 면제혜택을 중지한 것으로 15일 드러났고 도쿄(東京)도와 니가타현도 과세방침을 밝히고 있다.
또 일본 경시청은 9일 북한과 이란 등에 미사일 연료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초정밀분쇄기를 수출한 '세이신기업' 사장 등 5명을 체포해 수사 중이다. 북한에 대한 수출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향후 대북 전략물자 부정수출에 대한 단속 강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의 히라마쓰 겐지(平松賢司) 북동아과장이 다음달 초 교체될 예정이어서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심의관 등 지난해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대북 대화파가 고립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의 조치들은 지난해 일본인 납치사건과 북한 공작선의 실태가 드러나 반북여론이 거세지면서 검토돼온 것들이지만 지난달 미일정상회담에서 '대화와 압박' 병행에 합의한 뒤 급속히 구체화했다. 13일 하와이에서 열렸던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도 일본측으로부터 이 같은 조치들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미국측은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TCOG에서 규제를 강화키로 합의한 북한의 마약, 위조지폐 등 불법행위의 주요 무대가 일본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조치들은 대북 압박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대북 송금·무역 중단이나 해상봉쇄와 같은 본격적인 경제제재는 아니지만 앞으로 현행법만으로도 실제적인 압박효과를 거둘 수 있는 수단은 미국과 일본이 모두 사용할 것이라는 의미다.
일본 정부 내에서 압박책을 주도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部晋三) 관방 부장관은 14일 "마약, 위조지폐, 소녀 납치 등 폭력단과 같은 짓을 하는데 대화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비상식인"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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