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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 예방하려면 토속식품 드세요

입력
2003.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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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암 치료가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하고, 암 발병의 환경적 요인이 중시되면서 암을 예방하는 식습관이 관심사다. 야채와 과일 위주의 식단이 좋다는 것은 상식. 최근에는 비타민, 미네랄보다 항산화, 항암 효과가 훨씬 큰 식물화학성분(Phytochemicals)이 의학계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마늘 고추 녹차 등 우리가 즐겨 섭취해 온 전통 식품에서 유효한 성분이 속속 발견, 연구되고 있다. 현재 미 국립암연구소(NCI)는 식물 속 화학성분을 추출, 연구하는 수백만 달러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990년대 이후 식물 화학성분이 어떻게 항암 작용을 하는지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은 화제의 복판에 있다. 과거 고추와 마늘을 넣은 매운 음식은 위암의 주범으로 꼽혔으나 차츰 짠 음식을 위험인자로 여기고 있다. 오히려 캡사이신은 암세포에만 특이하게 세포자살을 자극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캡사이신은 담배의 발암물질이 DNA에 달라붙어 돌연변이를 유도하는 것을 차단, 폐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늘, 양파의 알릴 설파이드 역시 발암물질의 작용을 억제한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의 연구자들은 전립선암 세포에 대한 연구에서 마늘 추출물이 암의 진행을 늦춘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방암, 피부암, 대장암에도 같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녹차의 폴리페놀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비타민E의 20배, 비타민C의 500배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를 피우고 녹차를 마신 이들은 담배만 피웠거나 담배와 커피를 병용한 경우와 비교했을 때 암세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염색체 손상이 훨씬 적은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났다. 녹차의 카테킨은 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됐다.

존스 홉킨스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발암물질을 투여한 쥐는 68% 종양이 생기지만 브로콜리, 양배추에 많은 설포라페인을 주입하자 단지 26%만 암으로 발전했다. 합성해서 만든 설포라페인 성분도 비슷한 효과를 나타냈다. 토마토의 붉은 색소인 리코펜은 유방암, 폐암, 소화기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4만8,000명 성인남성에 대한 연구에서 토마토 성분을 주당 10번 정도 먹는 사람들의 전립선안 발병률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혔다. 포도와 적포도주의 레스베라트롤은 생쥐에서 피부암 발생률을 88%나 낮추는 것으로 연구됐다.

콩, 생강, 로즈마리, 당근, 포도 등에는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콕스-2 억제제 성분이 함유돼 있어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고 암세포 생존에 필요한 혈관 성장을 막는다.

서울대 약대 서영준 교수는 "현재까지는 동물실험 수준에 불과하지만 식물성분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면 미래에 암예방 성분을 추출한 '꿈의 암 예방제'도 개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연구대상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식품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즐겨 먹을 수 있고, 해외에도 전통 식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항암식품 이렇게 드세요

녹차=홍차에는 암 억제역할을 하는 폴리페놀계 성분과 항산화물질이 녹차보다 훨씬 적다. 허브티에는 전혀 없다. 전통적인 다도법에 따라 펄펄 끓은 물을 약간 식혀 마실 것. 뜨거운 차는 식도에 좋지 않다.

양파=날로 먹어야 유용한 성분이 효과를 낸다. 다만 붉은 양파는 요리해도 항산화물질이 살아있다.

토마토=토마토의 유효 성분인 리코펜은 날로 먹어선 오히려 효과가 적다. 단백질, 섬유소와 단단히 결합해 있기 때문에 흡수가 잘 안 된다. 익혀서 먹으면 흡수가 잘 되므로 토마토 소스를 뿌린 음식을 만들어 먹도록 한다. 특히 올리브유를 곁들이면 지방과 결합해 더욱 흡수가 잘 된다.

마늘=마늘은 썬 후 10분 정도 지나야 알릴 설파이드가 형성돼 효과적이다.

■식물속 화학성분이 발암물질 대사 막아

암은 수십년간 몇 단계의 세포 변형을 거쳐 발병한다. 항암제는 독성이 있어, 이미 악성종양으로 진행된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동시에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반면 식물 성분은 정상세포가 암으로 발전하는 도중 힘을 쓴다.

가장 먼저 멀쩡한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단계는 세포의 DNA가 손상되는 것인데, 식물 화학성분은 DNA 손상을 야기하는 활성산소를 중화하거나, 발암물질의 대사를 막는다.

발암물질은 자체로선 독성이 없으나 효소에 의해 대사되면서 독성을 나타낸다. 식물 화학성분은 발암물질의 대사 자체를 막거나, 대사 후 배출이 잘 되도록 효소를 억제하거나 촉진한다.

DNA가 손상된 암세포는 수년∼수십년에 걸쳐 조직의 염증이나 산화적 손상을 받아 종양으로 성장한다. 분열과 자살을 반복하는 정상세포와 달리 분열만 계속하는 것. 식물 성분은 이 과정을 되돌리는 소염작용이나 항산화 작용을 한다. 또는 암세포의 세포자살을 유도하는 효소를 촉진하기도 한다.

또 종양은 스스로 더 많은 양분을 빨아들이기 위해 주변에 혈관을 만든다. 악성종양의 시작이다. 식물 성분에는 이러한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효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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