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권레이스에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복귀론이 돌출했다.최병렬 후보는 13일 부산·경남 합동유세에서 "내년 총선의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이 전 총재에게 삼고초려(三顧草廬)해서라도 힘을 결집시키겠다"고 논란의 불을 당겼다. 최 후보는 15일 당내 모임인 '쇄신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어떤 지역에서는 이 전 총재가 연설회나 시장에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표가 모일 수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것"이라고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다만 "이를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나 정계개편 등과 연결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미 스탠포드 대학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총재의 귀국 후 거취는 여전히 민감한 관심사여서 당내 파장이 적지 않다. 강재섭 김덕룡 서청원 후보 등 주요 후보는 "이 전 총재를 모독하는 발언", "이 전 총재가 그럴 리 없다"는 표현으로 일제히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또 "지난 해 대선후보 경선 때 '이회창 필패론'을 들고 나왔던 최 후보가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술수"라고 입을 모았다. 한 후보측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전 총재측과 가장 관계가 좋지 않았던 최 후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이들 후보는 말을 돌려서 하고 있을 뿐, 혹시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가 가져올지 모를 당 역학구도의 변화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전 총재 측근들의 반응이다. 한 마디로 그리 싫지 않다는 표정이다. 한 중진의원은 이날 "이 전 총재가 다시 정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원유세 정도는 전 총재의 도리로서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당 일각에는 1995년 지방선거 때 김대중 당시 아태재단 이사장이 지원유세를 통해 정치를 재개했던 선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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