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주식시장의 뚜렷한 상승세에 맞춰 실적과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기 위해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이나 경영권 방어 등을 목적으로 한 최대주주의 지분 매입과 달리 개인적 투자 성격이 강한 CEO의 자사주 매입은 상승장에서는 종종 해당 종목 주가 상승의 촉매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5월 이후 최대주주 및 임원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은 코오롱그룹 이웅렬 회장의 지분 매입을 포함해 약 100여개사에 달한다.
이중 전문 경영인으로서 실적 호전에 대한 자신감을 투자자에게 과시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우리금융지주의 윤병철 회장을 들 수 있다. 윤 회장은 지난달 29일 자사주 3만4,500주(0.005%)를 주당 5,350원∼5,500원대에 약 1억9,000만원 어치를 매수했는데, 이달 들어 우리금융주는 파죽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금융측은 이와 관련, "하반기 10억달러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앞두고 CEO로서 상징적 매수를 단행한 것"이라며 "전년에 5,920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실적호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아있는 부실 이미지가 이젠 불식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니커 CEO이자 최대주주인 한형석 대표 역시 지난주 3만2,280주의 자사주를 매수, 보유 주식수를 94만2,048주에서 97만4,328주로 높였다. 마니커는 한 사장의 매수에 대해 "대표적 저평가 우량주로서 투자자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시 외에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따로 보내는 등 주식 마케팅에 남다른 적극성을 보였다.
이밖에 이건산업 최대주주인 박영주 대표이사와 디엠티 최민철 대표이사도 주가 관리 차원의 자사주 매입에 남다른 열성을 나타내는 CEO. 디엠티 관계자는 "최 사장은 지난달 10만주를 매입한데 이어 지난달 28일부터 다시 3만여주를 추가 매입했다"며 "주가 안정 및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장내에서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매수를 통해 그룹 지주회사격인 (주)코오롱 보통주 지분율을 16.75%까지 높인 이 회장의 경우, 주가 관리 외에 지난 3월 SK글로벌 사태 이후 외부세력에 의한 SK그룹 인수합병(M&A) 위협이 발생하는 상황을 감안해 경영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어쨌든 주가는 4월초 5,000원 내외에서 13일 현재 7,400원까지 올라 대주주 자사주 매입의 영향력을 뚜렷이 나타났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대주주나 임원 등 특수관계인의 자사주 매입은 다양한 배경과 동기가 있으나 최근에는 비교적 뚜렷한 실적호전 전망에 따른 것이 적지않다"며 "매수를 촉발하는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자도 관련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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