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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61>여름숲이 시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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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61>여름숲이 시원한 이유

입력
2003.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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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계절을 미리 기다립니다. 겨울엔 포근한 연두빛 새 봄을, 한 여름엔 서늘한 가을 바람을, 가을이 무르익으면 언제쯤 첫 눈이 올까를 고대하지요. 하지만 특별한 사연이 없다면 무더운 여름 만큼은 더디 오기를 바라게 됩니다.이젠 정말 여름입니다. 그래서 녹음이 우거진 숲이 더욱 생각납니다. 시원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요. 여름 숲이 시원한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나무 그늘이 따가운 여름 햇살을 가리고, 짙은 초록빛 나무 빛깔도 시원합니다. 게다가 나무 밑에 자라는 남보라빛 산수국 무리를 만난다면 더욱 좋습니다.

산꼭대기에서 하늘을 가린 큰 나무를 못만나다고 해도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의 상쾌함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로 모릅니다. 고도가 높을수록 기온이 내려가는 것은 이미 중고생 때 배웠으니 새삼 따질 필요는 없겠지요. 낙차 큰 계곡물이 물보라를 일으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숲에 흐르는 물소리만 들어도 충분하지요.

저는 어느 여름날, 점봉산 십이폭포 주변을 오르내리다가 그 언저리 어디에선가 커피나 팔며 책이나 읽으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간절히 생각해 본적도 있습니다. 그 여름 숲이 좋아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조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여름 숲은 시원합니다. 나무가 있기 때문이지요. 나무 뿌리에서 흡수된 물은 줄기를 거쳐 잎을 통하여 수증기 상태로 증발하는데(이를 증산작용이라고 하지요) 이때 물이 나가면서 기화열을 빼앗아 주변 기온을 낮추어 줍니다. 이러저러한 책을 읽어 보면 증산을 통해 대기중으로 나가는 물의 양은 나무마다, 또 기후에 따라 다르지만 다 자란 단풍나무의 경우 시간당 수십 개의 생수통 정도나 되고, 반나절 동안 6,000㎏의 물이 날아간다고 합니다. 참으로 대단합니다. 이러한 증산작용은 햇볕이 강할수록, 온도가 높을수록, 습도가 낮을수록, 바람이 강할수록 활발해지지요.

이러한 증산작용이 있기에 땅속에서 뿌리털이 열심히 물을 빨아들이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 물엔 양분이 섞여있는데 증산작용이란 뿌리를 타고 올라온 물에서 양분을 남기고 물만 밖으로 내보는 것을 말합니다. 증산작용은 주변의 기온과 습도를 조절할 뿐 아니라 식물 자신의 기온과 물의 양도 조절합니다.

물이 대기중으로 빨려나가는 힘이 뿌리털에서 흡수하는 힘보다 월등히 큽니다. 나무는 대기로 빼앗기는 물을 보충하기 위해 잎 표면적보다 수백 배에 달하는 표면적을 가진 뿌리털을 만들고, 멀리 떨어진 곳까지 뿌리를 뻗치지요. 그 덕분에 산의 땅이 지탱할 수 있는 것이고요. 정말 이 숲 속 식물들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끝이 없을 듯 합니다.

이 유 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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