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31%가 서울대 등 명문대학 졸업자에게 입사시험 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올 2월 대졸자의 절반가량이 아직도 취업을 못한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지방대 비인기학과 출신 구직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편견과 함께 제도적 불이익까지 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취업을 포기할 순 없다. 지방대 졸업생으로 이 같은 장애를 극복하고 대기업과 은행 취업에 성공한 두 사람으로부터 취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30곳 이력서 내고 333대1 경쟁률 뚫어
충남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정장홍(28)씨는 올해 1월 한미은행에 입사할 때까지 30곳의 금융기관에 이력서를 냈다. 그가 한미은행 입사시험을 볼 당시 지원자는 8,000명. 그 중 24명만 합격했으며, 합격자 중 지방대 출신은 4명에 불과했다.
지방대생이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한미은행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정씨는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금융권만 지원했고, 그 과정에서 금융권이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이며, 면접방식은 어떤 것인지 체험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한때 유학을 준비하면서 토플 점수를 높여 놓았고, 군대시절 신병훈련 조교로 활동했던 점도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하는 좋은 경력이 됐다고 한다. 그는 면접 때 예상질문을 뽑아 답변까지 완벽히 준비했고 집단토론 때는 남의 의견에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개진하는 훈련을 한 것도 취업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정씨는 "지방대생은 취업이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1학년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1학년 때부터 어학준비를 시작해 3학년쯤에는 영어와 제2외국어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하고, 4학년부터는 면접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면접준비는 가고자 하는 회사에 관한 정보를 신문스크랩하면서 그 때 그 때 이슈가 되는 사건, 우리나라가 외국과 맺은 조약이나 협정이 미치는 영향 등을 빠뜨리지 않고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기에 "금융권에 입사하려면 무역, 상법, 기초OA자격증도 갖춰 둘 필요가 있으며, 특히 엑셀 프로그램은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4년 방황끝에 동시통역사 변신
1995년 부산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변주경(30·여)씨는 보통의 대학졸업생과 같이 대기업 입사를 희망했다. "취업이 어렵다 해도 지방대 출신 여성만큼 어려울까요? 대학 졸업 당시 토익 점수가 720점 정도였고, 취업준비도 열심히 했지만 어떤 대기업도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변씨는 결국 전공을 살려 한 중견기업에 영양사로 입사했다. 하지만 변씨가 맡은 일은 다이어트식품 판매를 위한 상담직이었다. 고민 끝에 1년 만에 회사를 그만 둔 변씨는 무작정 6개월간 호주 어학연수를 떠났고, 그것이 3년간의 백수생활의 시작이었다. 연수기간 동시통역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변씨는 독학으로 동시통역사 공부를 했다. 변씨는 "백수로 지내려니 집에 눈치도 보이고 가진 능력이라곤 영어 조금 잘하는 거 밖에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대학가 주변 학원에서 강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원 강사를 하면서 틈틈이 공부해 동시통역사 대학원 시험에 도전한 변씨는 드디어 99년 이화여대 동시통역대학원에 합격했다. 그 후로는 일이 술술 풀렸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2000년 삼성전자에서 처음 동시통역사 일을 하기 시작했죠. 현재는 삼성SDI의 동시통역사일을 맡고 있습니다. 이 분야 전문가로 자리를 잡은 셈이지요. 하지만 학교이름과 전공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기까지 무려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변씨는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백수생활은 인생의 보약이라고 말한다.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어떤 어려움도 딛고 일어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용기를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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