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던 고위 공직자들에게 법원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대전고법 형사1부는 13일 부하 직원으로부터 뇌물을 상납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박용운(51) 전 충북 옥천경찰서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법원의 원심파기 이후 장기간 심리를 한 결과 유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박 전 서장의 법정 투쟁은 2년 전부터 시작됐다. 대전지검 수사관들은 2001년 4월 서장 집무실에 들이닥쳐 뇌물수수 혐의로 박 전 서장을 연행했다. 89년 충남경찰청 방범과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하 직원이 오락실 업주들로부터 받은 뇌물 가운데 3,500만원을 상납받았다는 것이다. 박 전 서장은 검찰의 강압 수사를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연행 이틀 뒤 구속됐고 1,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박 전 서장은 이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해 지난해 "검찰의 강압 수사에 의한 자백은 인정할 수 없다"는 원심파기 결정을 끌어냈다.
박 전 서장은 "진실과 정의를 밝혀준 법원의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며 "복직을 위한 행정소송과 함께 강압수사를 한 수사검사 등에 대한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측은 "수사과정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가 있으며, 강압수사는 전혀 없었다"며 "최종심이 아닌 만큼 재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제주지사 시절 관광지구 지정청탁 대가로 D산업 대표 한모씨로부터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신구범 전 제주지사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검사를 '직권남용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는 판결문에서 "뇌물죄는 받은 사람이 대가성을 인식해야 성립하는데 신 전 지사는 복지기관 출연을 위한 지원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므로 직무대가에 따른 뇌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현직 서장이 이 정도면 일반 서민들이 검찰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지 뻔하다"는 등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는 글들이 연달아 올랐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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