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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10번의 오르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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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10번의 오르가슴

입력
2003.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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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 지음 명상 발행·전2권·각 9,800원"만두집을 하나 차리더라도 자기 이름 내걸고 하면 자신의 모든 걸 다 건다는 겁니다. 내가 'SS 이론'을 이름 걸고 하는 것은 내 남은 평생을 여기에 다 바치겠다는 거지요. 한마디로 품질을 보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SS 이론'이 무슨 소린가 싶다. 'Song's Theory of Sex'를 줄인 말이니까 '송씨의 성(性) 이론'이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섹스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이론과 체험을 바탕으로 꼼꼼히 적었다. '여성 중심의 사랑' '남성 중심의 사랑'이라는 부제를 붙여 여자에게 한 권, 남자에게 한 권이다. 이쯤에서 "이런 책도 서평감인가" 하는 생각이 들 만하다. 하지만 저자인 송현(56)씨의 이력을 알고, 그가 이런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듣는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섹스 테크닉을 알려주는 실용서가 아니라, 섹스로 남녀 평등을 실현하고, 세상의 평화를 이루자는 뜻을 담은 교양 에세이집이다.

"제 책은 그냥 엔조이하며 살기 위한 잡스런 섹스북이 아닙니다." 시인이며 칼럼니스트인 그의 경력은 매우 독특하다. 학창시절을 막 끝낸 그의 이력서 첫 줄은 서울 서라벌 고등학교 국어 교사다. 이어 28세에 서정주 선생 추천으로 '시문학'에 등단해 시인이 됐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평생을 업으로 삼았을 교사와 시인의 길을 그는 사회생활 3년 만에 갑작스럽게 그만 뒀다.

1976년 한글 기계화 운동에 앞장 섰던 공병우 박사를 만나 공병우 한글기계화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2년 뒤 공병우 타자기 주식회사 사장까지 지냈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와의 인연으로 85년부터 3년 넘게 한국현실문제연구소 소장도 맡았다. 월간 '디자인' 등 이름난 잡지의 편집주간도 몇 차례 지냈고, 지금까지 쓴 책이 동화 동시 칼럼집 등 모두 60권이다. 최근 이라크전 발발 후 미군과 싸울 자원 민병대 조직 운동에 나섰고 이달 초에는 KBS 2 TV 인간극장에 그의 5월 재혼(그는 '새혼'이라고 부른다) 이야기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정도면 허투루 볼 건 아니겠지요."

30년 전부터 성기 왜소 콤플렉스(실제로는 정상) 때문에 성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그가 'SS 이론'을 체계화하고 97년에 연구소까지 차려 글 쓰고 성 상담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 "두 가지입니다. 세상의 평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평화로 이뤄야 합니다. 특히 남녀의 평화에서는 섹스를 통한 만족과 화해가 으뜸입니다. 또 하나, 전통적인 우리의 부부 관계란 일반적으로 지극히 불평등합니다. 여자는 거기서 도구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걸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포츠 투데이 장기 연재 칼럼을 묶어 낸 탓에 책에 실린 글은 자신의 경험, 감상이나 견해, SS 이론의 골간을 이루는 성 지식들이 들쭉날쭉하지만 갖은 비유로 풀어가는 이야기가 재미있기 그지 없다. 핵심은 이 땅의 남성들이 여성이 10번 정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론으로 여성의 성감이란 한 번 끓어오를 때까지가 어렵지 끓어오른 뒤에는 너무도 쉽게 몇 차례라도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각론으로 남자는 '귀염둥이'에만 의존하지 말고 '수군(手君)' '설군(舌君)' '구군(口君)' '치군(齒君)'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오로지 사랑하는 여인과 어떻게 더 만족스러운 관계를 일궈나갈까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인터넷(www.songhyun.com) 성 상담 때도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익명으로 상담을 요청하면 훈계만 가득 듣기 십상이다. 이르면 연말에 현재 운영 중인 온라인에 오프라인까지 더해 'SS 학교'를 열고, 깨지지 않는 재혼을 안내하는 '송현 새혼 클럽'을 개설할 계획이다.

/글·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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