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간의 유혈 보복공격이 잇따르며 미국 주도의 중동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12일 성명을 발표했다. "모든 무장대원들에게 즉각 시오니스트 국가(이스라엘)를 분쇄하기 위한 공격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외국인들은 이스라엘을 떠나라"라는 내용이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군사조직 지도자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직후였다. 이스마일 아부 샤나브 하마스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저항과 (군사)작전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군 라디오방송은 "군이 하마스를 '완전히 쓸어버리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말단 조직원부터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하마스의 정신적 지도자)까지 모두가 공격 목표"라고 강조했다.
4일 미국과의 아카바 3자 정상회담 이후 발생한 양측의 보복 공격 사태로 1주일 남짓 만에 30여명이 숨지고 130여명이 부상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기 위해 유엔이 나서 줄 것을 호소했다.
미국은 잇따른 폭력사태에 대해 하마스를 정면 비난하고 나섰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은 사태 해결을 위해 파월 국무장관을 다음 주 중동에 파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파월은 요르단에서 유럽연합과 유엔, 러시아 등과 4자 회담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장관은 13일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총리에게 폭력사태 종식 후 평화안이 궤도를 되찾도록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동 평화안의 이행을 감독·조정할 존 울프 미 중동평화 조정관도 14일 현지에 도착한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 "중동 평화안에 대한 희망이 여전히 살아있다"며 양측에 자제를 촉구했다.
영국 BBC방송은 현지 특파원 보도를 통해 "폭력사태의 격화로 평화안 이행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 하마스는 어떤 단체
팔레스타인 최대의 이슬람 무장 저항단체인 하마스는 아랍어로 '열정'이라는 뜻이다.
하마스의 정신적 지주인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66·사진)이 1987년 첫번째 인티파다 때 창설했다. 80년대 이슬람권의 반 이스라엘 연합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가 전신이다. 현재 작전 본부는 카타르에 있으며, 이슬람 각국과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에 자금조달망을 갖추고 있다.
하마스의 목표는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예루살렘의 영토를 되찾아 이슬람 교리에 따르는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야신은 지난해 하마스 창설 15주년 행사에서 "2025년까지 모든 이스라엘인들을 추방하겠다"고 천명했다.
하마스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철저한 무장 투쟁 뿐이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온건 세속주의자인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존재를 부인하고,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상이나 휴전에 반대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과 지도부 암살 등 끈질긴 조직 와해 시도에 대항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자살 폭탄 공격 등 테러를 선택했다. 신앙심이 투철한 젊은이들을 선발해 '인간 폭탄'을 만들기 위한 자살 테러 학교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자폭 테러가 동포와 후손을 구원하는 순교이기 때문에 사망 즉시 죄 사함을 받고 천국으로 간다고 교육받는다. 이와 함께 자살 테러범들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르고, 유가족에 막대한 재정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지원자가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하마스는 수 시간 내에 목표물에 몸을 던질 수 있는 '대기조'가 최소 수백명이라고 주장한다.
하마스가 이 같은 무장 투쟁만 하는 것은 아니다. 테러 부문은 산하 조직인 이즈에딘 알 카삼 여단이 전담하고, 학교와 병원, 사원 등의 건설과 다양한 빈민구제 사업 등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는 자치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실망한 팔레스타인 젊은층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최근 수년간 하마스의 인기가 급상승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과 서방에 대한 하마스의 이미지는 무자비한 테러단체일 뿐이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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