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응 등 지음 문학과지성사 발행·1만7,000원우리 학계에서 탈식민주의 문제는 단순히 일제의 잔재를 벗어나야 한다는 데 국한된 게 아니다. 유럽이나 북미,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강대국들의 학문이 끊임없이 수입·유통되는 현실에서 탈식민주의문제는 시기와 대상을 한정하기 어려운 '학문하기'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 책은 국내에서 탈식민주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소장 영문학자 12명의 글을 모은 것이다. 크게 탈식민주의의 '이론'과 '현장'으로 나누어 이론에서는 탈식민주의 계보를 살피고 탈식민주의와 정신분석학, 포스트모더니즘, 페미니즘, 마르크시즘, 탈구조주의의 관련성을 밝혔다. 현장에서는 제3세계의 문학, 탈식민론과 몸의 문제를 다룬 것은 물론 재미동포 소설가 이창래의 작품 '원어민(Native Speaker)'을 통해 이민자의 정체성을 탐구한 글 등을 실었다.
이경원 연세대 교수는 '탈식민주의의 계보와 정체성'에서 제3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서구 이론으로 재해석한 에드워드 사이드, 가야트리 스피박 등을 탈식민주의의 주류로 삼는 것은 이 이념을 서구의 문화적 부산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한다. 탈식민주의의 이데올로기 뿌리는 제3세계의 반식민 민족주의이며 그 중심에는 프란츠 파농, 치누아 아체베, 월레 소잉카, 응구기 와 시옹고, 친웨이주 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고부응(중앙대) 김준환(이화여대) 문상영(연세대) 박상기(서강대) 박주식(가톨릭대) 이승렬(영남대) 조규형(고려대) 교수 등의 글은 국내학자들의 체계적 탈식민 논의의 지형을 한눈에 보여준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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