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3국의 가이드라인은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된 평화적 해결 원칙을 기조로 하되 그 형식은 반드시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확대 다자회담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와이에서 13일 개막한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에서는 가이드라인의 실질적 내용면에서 상당한 시각차가 있음이 드러났다.특히 미국은 이날 경수로 사업 중단 가능성을 제기,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한 방법 면에서 한일 양국과 궤를 달리했다. 미국이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상징물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 경수로 사업의 중단을 타진한 것은 대북 압박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 이 사업은 미국이 지난해 12월 대북 중유제공을 중단한 이후 사실상 마지막 남은 북한과의 연결 고리였기 때문이다. 현재 경수로 사업은 명맥만 유지되고 있으나 북미간에 추가적인 부품공급 의정서가 체결되지 않으면 수개월내에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북측이 새로운 핵 위협을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사업을 중단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 미국과의 입장차를 사실상 시인했다. 다만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수혁 차관보는 미국측의 타진이 기술적인 문제 제기일 뿐, 당장 북한에 가해질 압박수단은 아니라는 점을 되풀이 강조하고 있다.
'확대 다자회담'의 내용 면에서도 미국측의 입장은 예상보다 강경했다. 북미간 대화재개의 접점을 암중모색하고 있는 정부는 내심 다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그 속에서 실질적인 북미간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해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북한측도 이 같은 대화형식에 유연한 자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특히 이날 회담에서 어떠한 형태의 북미 양자회담도 불가하다고 재천명, 다자 틀 내에서 북한과 협상하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또 회담 형식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후속회담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리측 주장에 대해 "시기가 문제는 아니다"는 태도를 보였다. 우리측 수석대표는 "러시아도 참가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수용할 경우 후속회담은 4월 베이징(北京) 회담의 북·미·중 3자에다 한·일, 여기에 러시아 등까지 포함되는 6자회담이 될 공산이 있다. 참가하는 국가의 수가 어떤 것이든, 미국의 태도로 볼 때 개최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호놀룰루=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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