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매각, 삼성전자 기흥공장 증설 허용 여부, 법인세 인하 문제 등 각종 정책 현안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 벌써부터 '청와대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청와대 시스템이 혼란스럽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각 부처 업무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현안마다 꼭 결정적 방향을 제시하는 얘기들이 흘러 나오기 때문이다. 그나마 청와대 내에서 일관된 얘기가 나오면 그래도 나은데 말하는 사람마다 서로 엇갈린 소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는 모든 결정권이 해당 부처에 있다면서 책임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증설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일부 언론이 증설을 허용키로 했다고 보도하자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펄쩍 뛰면서 "청와대의 책임 있는 당국자급에서는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보도가 나갔는지 모르겠다"면서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은 청와대가 아닌 부처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마치 개입한 흔적이 노출되는 것을 막는데 급급해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수도권 집중 억제 및 지방 경제 활성화 문제를 총괄적으로 다뤄야 할 태스크 포스인 국가균형발전위 관계자들의 말은 또 달랐다. 한 핵심 관계자는 "(기업의 이익이 걸린 문제여서) 누군가가 의도를 갖고 흘리는 것 같으니 현혹되지 말라"면서 "특정 기업의 일을 우리 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12일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해당 부처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위원회에서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국가경쟁력과 지방균형발전이라는 상충되는 가치를 어떻게 조정할지 앞으로 종합 검토하겠다"며 문제를 다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동안에도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 기흥공장은 증설 허용쪽으로 간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다른 현안에서도 같은 양상이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 청와대 한켠에서는 총리가 주도권을 갖고 조정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켠에서는 '매각 방침 불변'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 여부와 관련해서도 재경부총리가 주도해 중장기적인 세제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도 "법인세 인하는 노 대통령이 공약으로 반대한 사안"이라며 "경기부양 효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 방침에 동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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