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60)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가 리더십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석 취임 3개월을 맞은 후 주석은 장쩌민(江澤民·73) 국가중앙군사위 주석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헌법 개정과 당내 민주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후 주석은 최근 '사스와의 전쟁'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한 데 이어 해외순방을 통해 국제 무대에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여세를 몰아 중국식 페레스트로이카(개혁)로 국내 개혁바람을 일으킬 경우 실질적 최고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다.중국은 내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제4차 개헌을 단행하기로 하고, 우방궈(吳邦國) 전인대상무위원장(국회의장)을 조장으로 하는 개헌영도소조를 구성했다. 중국은 1982년 헌법을 제정해 1988년, 1993년, 1999년 등 3차례 개헌을 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중국의 개헌은 정치·경제적으로 획기적 변화를 수반할 뿐 아니라 후 주석의 권위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장 주석도 국가주석 퇴임 전 개헌 필요성을 거론하기는 했으나 이번 개헌안 마련은 후 주석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번에 추진되는 개헌안은 장 주석의 '3개 대표 이론'(선진적 생산력, 선진 문화,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 대표)을 반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측은 우선 주민들과 사영기업들의 사유재산권 보호를 명문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은 사영기업의 재산권을 국유기업과 동등한 수준으로 법적 보호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럴 경우 1949년 혁명 이후 최대 개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 분권화 강화와 당내 민주화를 촉진하는 내용도 개헌안에 포함된다. 후 주석은 이를 위해 내달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72주년을 계기로 민주선거와 경쟁 방식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산당 개혁에 본격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시보(中國時報) 등 대만 언론들은 "후 주석은 정부의 중간 간부급 이상은 민주선거를 통해 선출된 인원들 가운데서 임명하고, 공산당 내 각 위원회 위원 전원에게 선거권을 부여해 당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 주석은 최근 외교·안보분야 최고 정책결정 기구인 당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의 조장을 장 주석으로부터 넘겨받았다고 베이징(北京)의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장 주석의 오른 팔로 외교정책을 조언하던 쩡칭훙(曾慶紅) 국가 부주석은 이 소조에서 빠져 장 주석이 외교 문제에서 발을 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상하이 최고 갑부 저우정이(周正毅) 눙카이(農凱)그룹 회장의 금융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도 후 주석의 지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과 대만의 일부 언론들은 후 주석 세력이 주도하는 금융비리 수사는 장 주석과 연계된 '상하이방'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