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12일 퇴임이후 처음으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대북 송금 특검 수사에 대해 강한 유감과 반대의 뜻을 밝혀 적잖은 논란과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DJ 및 핵심 측근에 대한 특검의 조사 및 사법처리, 수사 기간 연장에 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결정 등에 이날 입장 표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김 전 대통령의 특검 관련 언급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북 송금을 사법 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비리가 없는데도 국가와 경제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고 있어 가슴 아프다"는 것이다.
전자는 특검 수사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나타낸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특검법을 수용한 노 대통령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고 볼 수도 있다. 후자는 특검이 자신의 측근을 잇따라 구속하는 등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에게까지 수사의 칼날이 겨눠지고 있는 데 대한 정치적 방어의 의미도 있다.
지금까지 정치권에선 김 전 대통령이 특검 문제에 대해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설명하는 우회적 방식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가 직접적으로 비판과 불만의 뜻을 나타냄으로써 앞으로 특검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이날 북한 지도부에도 유감과 아쉬움을 숨기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북한하고 잘하겠다는 남쪽 사람들을 (북한이) 궁지에 몰고 끌고 다닌다"고 까지 말해 북한 수뇌부를 비판했다. 그는 "햇볕 정책은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구체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는 정책"이라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 및 경의선 연결, 개성공단 사업 등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다면 벌써 기차가 북한을 지나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다니고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선 "이번 만큼은 노 대통령을 적극 지원해서 평화와 남북간의 화해 협력이 진전되도록 해야 한다"며 초정파적 협력을 촉구한 뒤 "노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현 정부가 대북 포용기조를 유지하도록 기대를 표시하고, 동시에 강한 주문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차에 동승했을 때 환영인파에 답하느라 아무 얘기도 못했다", "김 위원장에게 '나이 많은 내가 왔는데 김 위원장이 못 올 이유가 없다'며 답방 약속을 끌어냈다"는 등 남북정상회담 뒷얘기도 소개했다.
한 측근은 "김 전 대통령은 최근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당사자로서 뭔가 해법을 제시하고 싶어 인터뷰 제안에 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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