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시작된 더위. 초복(7월16일)까지 한달 이상 남았지만 벌써부터 보양식이 그리워진다. 더위에 지친 피로를 풀어주는 보양식이면서 누구에게나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는 삼계탕이 으뜸이다. 특히 소화가 잘 안되거나 식욕이 떨어질 때 삼계탕 한 그릇이면 든든해진다. 찬 음식과 음료로 뒤집힌 속이 따뜻해지고 피로도 사라진다. 벌써부터 시내 삼계탕 집에는 '복날을 앞당긴' 손님들이 몰려 든다. 또 패밀리레스토랑도 삼계탕을 응용한 '영계 메뉴'와 '삼계 롤가스'등의 신메뉴를 내놓았다.왜 여름에 삼계탕인가
한여름에는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근처에 많은 혈액이 모인다. 그만큼 내장과 근육의 혈액순환이 장애를 받아 식욕부진, 피로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이 때 닭고기에 찹쌀 밤 대추 마늘, 그리고 인삼을 같이 넣고 끓여 먹는 음식이 바로 삼계탕이다.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소화 흡수가 잘되는 닭고기와 인삼, 대추 등은 원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
전통 삼계탕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 옆 고려삼계탕(02―752―2734)에 가면 43년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다. 1960년 오픈, 주인 이준희씨가 2대째 맛의 맥을 잇고 있다.
살점이 두꺼운 육계가 아닌 웅추(雄椎)만을 사용해 육질이 쫀득쫀득하다. 450g 정도까지만 크는 닭품종인 웅추는 기름기와 콜레스테롤이 적다. 불의 강약을 조절해 가며 고기 형태가 흐트러지기 직전까지 삶아내는 것이 맛의 노하우라고 이씨는 강조한다. 불관리 기술이 곧 정성이라는 것. 깍두기와 김치, 마늘과 된장에다 부추겉절이나 풋고추 등 밑반찬이 입맛을 더 돋운다. 한 그릇 9,000원. 이씨의 삼촌도 명동에서 백제삼계탕(02-776―3267)을 운영한다.
서울프라자호텔이 운영하는 삼청각(02―3676―2345)에서도 일곱가지 한약재 고명이 닭 육질에 밴 보양식 '칠향기 삼계탕 반상'을 맛볼 수 있다. 인삼 대추 외에 황기와 밤, 잣, 은행 등 7가지 고명을 넣어 보양효과를 높였다. 닭발을 5∼6시간 푹 고아 젤라틴이 풍부하게 우러나온 국물을 기본 육수로 사용하는 것이 이 곳의 비법. 황기와 인삼은 국물의 느끼한 맛을 가시게 하고 지나치게 걸쭉하게 되는 것을 막아 준다. 2만3,000원.
이색 별미 삼계탕
서울 신길동의 호수삼계탕(02―848―2440) 집은 들깨를 넣고 끓인 삼계탕 맛이 별미다. 닭머리와 닭발을 푹 고아 육수를 만든 뒤 들깨와 찹쌀, 땅콩, 참깨가루 등을 풀어 푹 삶은 영계 한마리와 함께 한 번 더 끓여 낸다. 국물이 시원한 듯 텁텁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배어난다. 두달 키운 닭을 쓰는데 운동량이 많아서인지 씹는 맛이 쫄깃쫄깃하다. 8,000원.
금호동의 초계량삼계탕(02―2297―1685)에서는 동충하초와 삼계탕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중국의 등소평이 이용했다는 신비의 버섯 동충하초를 넣어 끓였으며 후식으로 나오는 상황버섯차도 특별한 먹거리. 강원대 동충하초은행과 벤처기업이 개발한 동충하초만을 재료로 사용한다.
일산의 우슬이네(031923―7200)는 전복대게삼계탕으로 유명하다. 토종 닭에 꽃게 전복 낙지 대하와 한약재를 함께 넣어 끓인다. 해물과 약재를 넣어 달인 국물이 약재 냄새를 싫어하는 이에게도 무난하다. 굴 새우 산낙지 등의 해산물이 들어가 별미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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