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16만년 전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 화석은 그 동안 학계에서 논란이 돼왔던 인류의 계보를 밝히는 중요한 열쇠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이 두개골이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 동안 분자생물학자들은 인간 세포 내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유전적 변화에 대한 오랜 기간의 연구 끝에 현생인류가 15만년 전 동부 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고 주장해왔다. 이것이 이른바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이다.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인류가 중동과 유럽 아시아 알래스카 등으로 이동하면서 전세계로 확산됐다고 주장한다. 초기 인류에 '아프리카의 이브'라 이름을 붙이도록 한 이들의 주장은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했을 뿐 이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아프리카 기원설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생존 수준의 음식을 섭취했을 초기 인류가 그렇게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었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학계에서는 인류의 기원에 대해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 기원설'이 맞서고 있다. 다지역 기원설은 유럽의 네안데르탈인과 같이 각 지역별로 비슷한 시기에 인류의 조상이 출현해 현생인류로 진화해 왔다는 가설을 내세우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40만년 전에 출현해 3만년 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소멸했다.
이번 현생인류 두개골을 발굴한 팀 화이트 박사는 "이들 두개골 화석은 유럽의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지기 오래 전에 이미 현생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출현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인류 진화에서 네안데르탈 단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이번 현생인류 최고 화석은 그 동안 유력한 가설로 받아들여졌던 '아프리카의 이브'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로 명명된 이 두개골은 화산재 속에서 돌도끼 등 석기 600여 점과 함께 발견됐다. 긴 안면과 대용량의 뇌를 수용할 수 있는 울퉁불퉁한 두개골 형태가 현대인의 것과 닮았다. 뇌의 용량은 약 1,450㎤로 현대인 평균 1,350∼1,400㎤와 비슷하다.
특히 두개골에 돌도끼 등 도구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예리한 단면과 매끄러운 광택 등 가공의 흔적이 있어 초기 인류가 조상의 유골을 숭배하는 의식을 행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화석이 발굴된 에티오피아 아와시강 유역은 580만 년 전 아르디피테쿠스, 25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 유인원을 비롯한 인류 화석이 대량 발굴된 지역이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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