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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샐러리맨의 성공신화 윤윤수 <25> 휠라본사 인수작업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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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샐러리맨의 성공신화 윤윤수 <25> 휠라본사 인수작업 시동

입력
2003.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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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 본사의 인수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하느라 며칠 동안 정신없이 보냈다. 휠라의 새로운 출발에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인수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자.나날이 늘어 가는 적자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휠라 본사는 2001년 5월 매각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미국계 펀드 컨티넨탈 파트너스를 우선 협상대상으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휠라처럼 덩치가 큰 회사의 매각작업이 어디 쉬운 일인가. 1년간 지루한 협상이 계속됐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컨티넨탈이 충분한 인수자금 없이 덤벼들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높은 가격을 불러 휠라의 마음을 잡았던 컨티넨탈은 막상 협상이 시작되자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가격을 깎았다. 일단 계약을 성사시킨 뒤 값을 올려 제3자에게 매각하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휠라 본사로서는 1년간 질질 끌려 다니며 허송세월만 한 셈이었다. 그 사이 회사 상황은 더욱 악화했고 협상을 주도했던 HDP 최고경영자(CEO) 마우리조 로미티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우선 협상대상이 없어지자 인수 작업은 오히려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휠라를 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세계 각국의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 최고 그룹인 삼성도 휠라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것도 계열사 두 곳이 서로 다른 인맥을 동원해 인수 작업에 참여했다. 한 사람은 나였고, 또 다른 사람은 한때 휠라 회장을 지냈던 엔리꼬 프레셔였다.

컨티넨탈과의 인수협상이 물건너가자 나는 비로소 내가 움직일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서울고 후배인 삼성증권 황영기 사장에게 휠라의 아시아 부문만 인수할 것을 넌지시 권유했다. '삼성이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경영능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세계적 브랜드를 통째로 운영하는 데는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것이 나와 황 사장의 생각이었다. 대신 휠라 코리아를 경영했던 나의 경험을 살리면 아시아 부문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나로서는 부담 없는 거래였다. 삼성증권이 자금을 대주고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대신, 나는 휠라 코리아 경험을 살려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면 서로에게 부담이 없는 '윈―윈' 게임 아닌가.

삼성증권이 1억6,900만 달러로 매각대금까지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덤벼들었지만, 휠라 본사는 "부문 매각은 안 된다"며 거절했다. 노른자위 휠라 코리아가 들어있는 아시아 부문만 쪼개서 팔 수는 없다는 속셈이었다.

삼성증권과의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무렵 삼성물산에서도 내게 사람을 보냈다. 삼성물산이 투자한 미국계 브랜드 후브를 통해 휠라를 인수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내게 접촉을 시도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시 나는 삼성증권과 협상을 하고 있던 터라 아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알고 봤더니 삼성물산은 휠라 본사 회장을 지냈던 엔리꼬 프레셔와 함께 인수작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엔리꼬 프레셔가 직접 찾아와 참여를 권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미 패션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휠라를 인수한다면, 나의 운명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삼성물산의 휠라 인수 움직임은 한동안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도 보도됐지만,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삼성 그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글로벌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고심 끝에 휠라 코리아만 별도로 인수하는 것을 추진해본 적도 있었다. 피땀 흘려 키운 휠라 코리아를 남에게 넘겨 주기 싫었고, 본사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장사를 잘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사는 "부문 매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제 정면 도전만 남은 셈이다.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도 "운명에 맞서자"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나는 그 순간부터 미국으로, 이탈리아로, 죽기살기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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