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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새 신화에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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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새 신화에 도전하자

입력
2003.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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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직후인 지난해 6월말 축구계 일각에선 '거스 히딩크는 운장(運將)'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덕장도 지장도 용장도 아니라 단지 운이 좋아 4강에 올랐다는 다소의 비아냥과 함께 '한국이 정말 세계 4강'이냐는 자조의 뜻이 담긴 우스개 소리였다. 그러나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운7 기3'이라는 말처럼 운이 따라야 일이 잘 풀리는 법이지만 최소한 '기3' 없이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또 운도 실력이다.물론 히딩크는 운이 좋았다. 우선 한반도를 붉게 물들인 온 국민의 열광적인 응원은 태극전사들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주었다. 또 1년 6개월 동안 마음대로 대표팀을 소집, 조직력과 전술을 다듬어 절정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엊그제(11일) 아르헨티나에 0―1로 무릎을 꿇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선수들이 아직도 월드컵 분위기에 젖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 출발하는 마음으로 정신자세를 가다듬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일월드컵 성적으로만 따진다면 8일 0―2로 패한 우루과이나 아르헨티나는 모두 예선 탈락, 우리 보다 한 수 아래다. 그렇다고 우리가 우승국 브라질과 2,3위인 독일 터키를 빼고는 다 이길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다. 4강 신화는 역사에 묻어 둬야 한다. "패배를 현실로 받아들이겠다"는 코엘류의 말처럼 우리의 실력을 정확히 평가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이다. 코엘류가 "5차례의 평가전을 치른 만큼 한 사이클이 끝났다. 다음 소집 때는 다른 사이클이라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코엘류는 당분간 A매치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아 13일 고향인 포르투갈로 4주간의 휴가 길에 오른다고 한다. 그의 발길이 가볍지는 않을 게 틀림없다. 골 결정력 부족, 스리백과 포백을 오간 수비 라인의 안정 등 숙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왜 확실한 킬러가 없느냐는 질문에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 같은 질문엔 모든 감독이 난감해질 수 밖에 없다. 코엘류도 말했지만 답답한 노릇이다. 아르헨티나 전에서 드러났듯 현저히 떨어진 태극전사들의 체력을 다시 끌어 올리는 문제도 간단치 않다. 코엘류 감독이 휴가 기간 어떤 변화와 해법을 내놓을 지 지켜볼 일이다.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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