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과 봉쇄로 북한의 돈 줄을 옥죄려는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언론들은 최근 북한 선박에 대한 일본의 검색 강화와 선박 출항 금지 조치를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압박 정책이 실행단계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로 꼽고 있다. 즉 우방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산 대량살상무기(WMD)의 해외 이전과 개발 자금원을 원천봉쇄하려는 미국의 노림수가 일본에서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북한 부정기 화물선 만경봉호에 대한 검색강화 방침이나 일본에서 출항하는 북한 선박에 대한 안전여부 점검강화는 완전한 교역제재(엠바고·Embargo)와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0일 이런 조치들에 '선택적 저지(selective interdiction)'란 명칭을 달았다. 문제는 왜 미국이 선택적인 저지책을 북한 압박의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가 북한 선박에 대해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법상 안전 검사 등을 명분으로 삼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제법상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북한 선박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효과를 가질 수 있는 방안으로 일본 국내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선택적 저지와 관련한 법률적 문제는 크게 두 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호주의 봉수호 나포 사건에서 보듯 북한 선박이 마약 등 범죄와 관련한 물건을 선적하고 있을 경우에는 현재의 국제법적 테두리 내에서 합법적으로 정선이나 검문검색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미사일 선적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해 말 예멘 행 북한 선적 서산호 나포사건의 경우처럼 정상적인 상품 거래 형태의 미사일 수출을 선박 저지나 검문 검색 등을 통해 저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 같은 국제법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우방국 등으로 하여금 국내법의 규정을 활용토록 하는 우회적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존 볼튼 미 국무부 차관은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 등의 WMD나 미사일 거래를 육상이나 항공, 해상에서 '합법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방안을 우방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폴란드 홍콩 등 10개국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폴란드에서 발표한 'WMD 확산방지구상'의 구체적 실천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합법적 방안 마련을 위한 국제연대 체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압박책이 규정 마련에 시간과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한 국제협약 체결이나 여러 국가의 동의가 필요한 유엔 안보리 상정 절차를 거치기보다는 각국의 판단에 따라 국내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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