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정권 말기 검찰총장을 지냈던 김기수씨가 최근 변호사 개업광고를 냈다. 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5년여만의 일이다. PK(부산·경남)출신인 김 전 총장은 96년 서울고검장에서 일약 검찰총장으로 발탁됐지만, 운명적으로 정권의 기대와는 다른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97년 한보사건 수사 당시 그는 김현철씨 수사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심재륜 중수부장의 '드림팀' 이 수사를 맡으며 현철씨 구속을 시도했고, 김 전 총장은 이를 승인했다. 결국 그는 임기를 불과 며칠 남기고 중도하차하는 비운을 겪었다. YS정권은 김 전 총장의 후배를 법무부장관에 임명, 사실상 사퇴 압력을 넣었다. 그후 5년이 지나 그가 변호사로서 조용히 활동을 시작했다.검찰은 전직 총수들과 연관된 상처가 많다. 어떤 총장은 퇴임후 바로 여당 후보로 출마해 금배지를 달아 '정치 검찰' 시비의 빌미가 됐고, 어떤 총장은 퇴임후 후배 검사에게 전화 한 통 하고 1억원을 수임료로 받아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렸다. 그런 면에서 5년간 자청해 잊혀진 인물이 됐던 김 전 총장의 행보는 신선하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이런 선배 검사들의 처신이 '깨끗하고 품위있는' 검찰의 전통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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