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파나마에서 2003 미스 유니버스 대회가 열렸다. 세계 최고의 미인을 뽑는 미의 제전에 파나마 정부와 국민이 보인 관심은 기대 이상이었다.대회가 열린 한 달 넘게 파나마 언론은 연일 관련 소식들을 다뤘고 거리마다 축제가 이어졌다. 대회 전날 열린 '거리의 축제'행사에는 3만여 인파가 모였다. 파나마 전체 인구가 300만 명이니 100명중 1명이 거리에 나온 셈이다. 여성인 모스코소 대통령도 주요 행사에 빠짐없이 얼굴을 비쳤다. 그는 대회를 파나마 독립 100주년기념의 메인 문화행사로 유치하기 위해 각별히 공을 들였다. 행사 당일 학교엔 휴교령이 내렸고 공무원들도 오전 근무만 했다. 하긴 대회는 전 세계 150개국에 TV로 생중계되어 6억 명이 시청했다고 한다. 이만하면 월드컵대회에 버금간다.
한국에서는 미스 코리아대회가 '여성 상품화'라는 일부 비난으로 과거에 비해 위축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미스 유니버스 대회만 하더라도 일부 중동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이 참가하는 전세계인의 축제이며 각국 후보들도 민간문화외교사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한 금나나(20)양은 비록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한국을 알리는 홍보사절로는 제 몫 이상을 했다. 파나마 최대 일간지인 '라프렌사'는 이례적으로 '미모에다 다재다능한 능력을 소유한 미스 유니버스 후보'라며 1면 톱기사로 금양 뉴스를 실었다. 대회 당일에는 대통령 궁에서 6명의 후보와 함께 여성 권익에 대해 유창한 영어로 토론하는 모습이 150개국에 생중계됐다. 불과 1년 전 월드컵으로 우리나라가 화제가 되더니 올해는 금나나양 얘기가 화제가 됐다.
이를 보며 고국의 국민들에게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선 미스코리아를 민간 문화외교사절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남미의 경우 축구나 미인보다 더 효과적인 홍보 수단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미인대회를 여성권익을 해(害)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익신장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덧붙여 미스코리아 선발 시 외모에만 집착하지 말고 영어 등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후보를 선발해달라는 점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차원에서 적극 나서 효과를 최대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국가홍보차원에서 월드컵대회 등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며 총력을 기울이면서 정작 이에 버금가는 세계적 축제에 대해서는 수수 방관 하는 것은 세계화시대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박 선 태 주파나마 대사 관 경제통상·문화홍보 서기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