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안에는 우리 기억 속 개울물을 건널 때 하나하나 디디고 지나던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시골집 부엌의 부뚜막도 있고, 뒷동산에 서 있던 망부석도 있다. 똥장군과 옹기 항아리도 화강암으로 빚어졌다.젊은 조각가 구성호(37)씨가 5회 작품전을 연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은 그렇게 온전히 향수와 추억으로 가득하다. 전시 제목도 '기억 읽기'이다.
우직하면서도 활달한 모습의 작가는 생김새처럼 우직하게, 단단하고 거친 화강석을 자르고 깎고 쪼아 만든 석조각 작품들로 그가 가진, 또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기억을 되살려냈다.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징검다리 사이로는 얕은 냇물이 흘러가는 듯하고, 돌로 빚은 부뚜막의 가마솥에서는 금방이라도 갓 지은 향긋한 밥 냄새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 같다.
"시골집의 서까래와 처마, 석띠 두른 선산의 묘지들, 야트막한 산자락…. 돌을 조각하면서 내 기억 속의 선(線)들을 다듬었습니다." 작가는 개인적 기억뿐 아니라 우리 현대사의 집단적인 기억에도 집착한다. 우리 야산에서도 많은 종류의 돌이 나오지만 그는 고향 인근의 거창석을 고집한다. 1951년 2월 거창에서 벌어진 양민학살사건 희생자들의 선혈이 그 돌에 흐르고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구씨는 거창과 작업장이 있는 평택을 오가며 돌을 깎고 있다. 3∼9일 미술회관에 전시됐던 작품들은 그대로 평택 한국재활복지대학(031―610―4600)으로 옮겨져 상설전시되고 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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