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도 뛰지 못할 선수를 왜 훈련소에서 끌어낸거죠."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모든 것이 흔들린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있는 코미디였어요."11일 저녁 치러진 축구 한국-아르헨티나 전 이후 끝내 벤치만 지킨 '훈련병 안정환'카드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일부 네티즌은 "축구협회와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안정환을 출전시키려다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됐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책임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네티즌의 특성상 이들의 주장을 경기에 진데 따른 화풀이성 푸념 정도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없었어야 할 무리수였다'는 느낌이 앞선다.
8일 우루과이전에서 0-2로 완패한 뒤 축구 팬들 사이엔 안정환의 출정을 갈망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러자 승리에 목말라있던 축구협회는 국방부에 요청해 건군이래 전례가 없는 훈련병의 출정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당사자인 안정환과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 안정환은 1주일이상 대표팀훈련에 참가하지 않아 고도의 정신력과 체력을 필요로 하는 A매치를 소화하기에는 불가능했다. 경기 전날인 10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들어온 뒤 "아무 준비도 안돼 있는데 무슨 경기를 뛰란 말이냐"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코엘류 감독도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출전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며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코엘류 감독은 안팎의 압력에 못이겨 안정환을 후반 조커로 투입하려 했지만, 뜻하지 않은 선수들의 부상으로 교체멤버 4명을 모두 사용해 안정환 카드를 꺼낼 수 없었다. 축구협회는 '경기는 감독과 선수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과 순리를 어겼다. 때문에 아르헨티나 전은 경기장과 경기장 밖에서 모두 완패한 경기였다.
박희정 체육부 기자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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