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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너무 맞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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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너무 맞는 말

입력
2003.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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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노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어떤 양로원으로부터 거실 벽에 붙여놓고 볼 수 있도록 표어를 하나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는 이런 말을 제안한다."아이들은 무리지어 다니고 어른들은 쌍을 지어 다닌다. 그러나 노인들은 혼자 다닌다."

주문한 쪽에서는 벌컥 화를 냈다. 그러나 투르니에는 "사실, 맞는 말 아닙니까?"하고 물었다. 양로원 측의 대꾸, "맞는 말이지요. 그렇지만 그건 너무 맞는 말이잖아요!" 그러자 늙은 투르니에는 이렇게 푸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는 늙은이를 혐오하는 일종의 인종 차별이 만연해 있는데 도무지 그 흐름에 대항할 길이 없다. 지난날에는 늙어지면 권위, 위엄, 사랑을 얻었다. 오늘의 온갖 미디어들에서는 어린이 편집광이 유행이어서 그들의 눈에는 오직 불행에 처한 어린이밖에는 보이는 게 없는 듯하다. 어떤 도시가 폭격을 당하면 오로지 어린아이들만 폭탄을 맞는 것 같다. 이 세계 어딘가에 기근이 들면 굶주리는 것은 오직 어린아이들 뿐이다. 말할 것도 없이 늙은이들은 폭탄에도 굶주림에도 철통같이 방어되어 있다는 식이다."

이 역시 너무 맞는 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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