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세월을 헤쳐오며 내 눈으로 보고 내 머리로 판단하고 내 몸으로 겪어온 일들을 사실 그대로 써보고 싶었다. 죽은 뒤에 하나님 앞에 나아가 내 삶을 심판 받기 전에 나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 앞에서 나를 장식해온 모든 옷을 벗어버리고 심판을 받고 싶었다."한국 개신교의 대표적인 지도자 강원룡(姜元龍·86) 목사가 파란만장 했던 자신의 삶을 연대순으로 기록한 5권짜리 자서전 '역사의 언덕에서'(한길사 발행)를 펴냈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을 거쳐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권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직접 몸으로 체험한 것들을 솔직하게 회고했다.
'젊은이에게 들려주는 나의 현대사 체험'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자서전에는 주위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이해시키려는 강 목사의 바람이 곳곳에 묻어있다. 흑백논리만 존재하던 암울했던 시절 대화와 조정을 통해 절충점을 찾으려 애썼던 일화들을 소개하며 자신을 중간파, 때로는 회색분자로 백안시한 일부의 오해도 풀자는 희망이 담겨있다.
자서전은 함경도에서 가난한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대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유년시절부터 시작해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화운동을 펼치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을 가하며 제 목소리를 내는 지금의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강 목사는 "독선적이고 폐쇄적으로 대립해온 역사 속에서 나는 양극을 넘어선 제3지대에 내가 설 자리를 마련하려고 애쓰며 살아왔다"며 "나는 '중간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살고자 했기에 늘 양극 사이의 좁고 험한 길을 걸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난 어느 편이 절대 선이고 그 반대편은 절대 악이란 사고방식은 옳지 않다는 생각으로 평생을 살았습니다. 항상 대화를 통해 갈등하는 사람들의 벽을 허물고 화해의 길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
강 목사는 1917년 함경남도 이원에서 태어나 31년 기독교에 입교한 뒤 농촌 계몽운동과 선교활동에 힘썼으며, 해방 후 좌우합작위원회 위원, 한국기독학생전국연합회 총무, 경동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협의회 의장, 크리스챤아카데미 이사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회장,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 의장, 방송위원장, 통일고문회의 의장, 방송개혁위원장 등을 지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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