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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완전한 폭풍" 속으로

입력
2003.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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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 하기로 한미간에 합의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언뜻 이런 물음이 떠올랐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2사단 재배치를 어떻게 볼까.미 2사단은 반세기 동안 북한에게 군사적 위협의 상징이었다. 북한권력자를 한시도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해온 존재이다. 남북간에 충돌이 벌어지면 미국의 참전을 자동적으로 불러오는 소위 인계철선이다. 그러므로 군단규모의 첨단화력으로 무장한 1만7,000명의 2사단이 휴전선에서 빠져나간다면 종래의 군사전략개념으로는 북한이 일단 안도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핵 문제 발생이후 '2사단 방정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미국이 북핵시설을 공격하면 현재 2사단은 북한의 장거리포의 사정권내의 공격목표로 큰 희생이 예상된다. 즉 2사단은 미국의 북한공격을 제약하는 인질이다.

그래서 미2사단이 철군하지 않고 단지 후방으로 재배치된다면 북한은 인질을 잃은 셈이고 미국에게는 군사행동의 융통성이 커지게 된다.

주한 미 지상군철수가 관심을 일으킨 것은 핵 문제가 첨예했던 작년 말 뉴욕타임스의 윌리엄 사파이어의 컬럼이었다. 사파이어는 한국내 반미감정문제와 북한 핵에 대한 군사행동의 용이성을 들어 미국의 지상군을 철수하라고 주장했었다. 그가 말한 대로 100% 실현된 것은 아니지만 미군은 휴전선에서 멀리 떨어지게 된다.

군사전략가들은 2사단의 후방배치를 놓고 미국의 세계전략이나 우리의 안보측면에서 분석과 대응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주한미국대사는 2사단 후방배치는 북핵과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여중생 사망사건이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해명한다.

내가 아는 어떤 기업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미국이 2사단을 빼는 것이 장차 북한의 핵 시설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닌가요?" 사실 적잖은 사람들이 이 기업인과 의견을 같이 한다.

요즘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기류는 몹시 험악해지고 있다. '두개의 코리아'의 저자인 돈 오버도퍼 교수는 한반도가 '완전한 폭풍'을 향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상황이 그의 생각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이라크의 후세인체제를 붕괴시킨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방지를 초미의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예방전쟁을 공언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가 확실하고 검증 가능해야 하며 돌이킬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존 볼튼 국무부 차관이 미 하원국제관계 청문회에서 밝혔듯이 단계적 북핵 대응방안을 경제제재와 봉쇄 그리고 군사적 조치로 로드맵을 그려놓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를 동조세력으로 끌어 모아 구체적 봉쇄조치를 구상하고 있다.

미국의회는 소형 핵 폭탄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묶어놓은 제한조치를 풀었다. 소형 핵 탄 개발의 목적은 뚜렷하다.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불량국가들이 지하 깊숙이 숨겨놓은 대량살상무기를 파괴할 능력을 보유하겠다는 의도이다. 북핵문제가 외교적으로 풀리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미국 언론에 폭포같이 쏟아지는 북핵 이슈를 보면 오버도퍼의 '완전한 폭풍'의 현실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중에는 부시 전대통령이 아들의 특사가 되어 평양을 방문하여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태의 긴박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폭풍 속으로 들어가는 비행기에 탄 승객들이 오직 믿는 것은 조종석에 들어가 있는 기장의 위기대처 능력이다.

김 수 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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