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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라이더의 질주본능 남성 못지않죠"/여성 모터사이클 동호회 "레이디스 오브 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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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라이더의 질주본능 남성 못지않죠"/여성 모터사이클 동호회 "레이디스 오브 할리"

입력
2003.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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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만 모터사이클을 타란 법 있나요?"7일 경기 가평군 유명산 입구에서는 여성 라이더 5명이 고급 모터사이클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경광등을 번쩍이는 남성 라이더들의 호위를 받으며 유명산-청평 코스를 달린 이들은 얼마 전 출범한 여성 모터사이클 동호회 '레이디스 오브 할리' 멤버들. 이날 행사는 동호회 개설을 기념해 처음으로 가진 투어였다.

레이디스 오브 할리는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여성 라이더 7명으로 만들어졌다. 10대의 우상이었던 영화배우 제임스 딘이 즐겨 탔던 할리 데이비슨은 모터사이클 고유의 이미지에다 자유와 저항을 상징하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몇 년 전부터는 '금녀 레포츠'로 여겨지던 모터사이클에도 여성 마니아가 늘면서 여성 모터사이클 동호회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레이디스 오브 할리도 그 중 하나로 외국여성들도 다수 참여한 다국적 모임이다. 속도와 스릴을 즐기는 동호회답게 인생을 적극적으로 개척해가는 여성들이 주로 회원으로 참여한다.

박성원(32)씨는 1980년대에 한국 신기록을 4번이나 갱신하며 '최윤희의 대를 잇는 인어'로 주목 받던 수영 국가대표 출신. 현역 시절 168㎝의 키에 돋보이는 용모로 팬레터를 많이 받았고 지금은 수영코치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모터사이클을 타고 싶었던 박씨는 올해 초 거금 1,500만원을 들여 할리 데이비슨을 마련했다. 김포와 잠실을 오가는 출퇴근길에 늘 타고 다닌다. "거리를 나서면 행인들이 신기해 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거나 박수를 칩니다. 하지만 가장 큰 기쁨은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내달릴 때의 기분이죠.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께는 아무리 설명해도 그런 기분을 상상하기 힘들거예요."

한국생활 15년째인 타미 오버비(38)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RM) 부회장은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한국 곳곳을 여행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한국정부로부터 한미관계에 기여한 공로로 여러 차례 상을 받은 지한파이기도 한데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수행단을 맡아 미국측에 한국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스페인 국적의 알렉스 로페즈(32·화가)씨는 아예 모터 사이클을 타고 신혼 여행을 떠난다는 계획까지 세웠을 정도의 광(狂)이다. 8월 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결혼식을 한 뒤 7일간 모터사이클로 제주도를 일주하는 허니문을 짜놓았다. 지난해 한국에 온 그녀의 신랑은 찰스 드 프콜트 서울 리츠칼튼 호텔 총지배인. "신랑이 모터사이클을 타는 제 모습이 매력적이라며 좋아합니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동안 자유를 만끽하면서 예술의 창조적 영감을 얻곤 하지요." 이밖에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장효진(27)씨는 할리 데이비슨 코리아에서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정비팀에서 일하고 있으며 홍현실(32)씨는 수상스키 선수다.

아직 회원이 7명에 불과한 레이디스 오브 할리이지만 할리 데이비슨을 가진 여성 라이더에게는 누구나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모터사이클은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습니다. 모터사이클을 가진 자가용 운전자는 오히려 안전 운전을 하기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자신이 다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방어운전을 하지요."(장효진) "외국처럼 고속도로를 모터사이클에 개방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모터사이클로 시원하게 내달리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박성원) 시원스레 질주하는 모터사이클 마냥 회원들도 전혀 구김살이 없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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