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 윙, 윙 윙∼….' 모터보트의 굉음과 함께 수상스키가 물보라를 일으킨다. 하얀 포말 너머 빌딩숲이 아른거리지만 이미 다른 세상이다. 물결을 박차고 그 위로 날아가는 쾌감은 도시민의 찌든 스트레스와 짜증을 확 날려보낸다.8일 오전10시 서울 압구정동 한강둔치의 티코수상스키장. 수영복위에 연초록빛 슈트를 입은 이국적인 모습의 여성이 시원스럽게 강물을 헤치며 아슬아슬하게 질주한다. EBS 수능특강(밤11시30분)의 인기 영어강사 제니퍼 클라이드(28). "작년 이맘때 엄마와 하와이 여행 갔을 때 타본 게 처음이었어요. 썬탠도 할 겸 나왔는데 햇빛이 너무나 좋네요. 물위를 달리면서 뭔가 짜릿한 정복감 같은 기분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어요."
작렬하는 태양 아래 강바람을 가른다
제니퍼씨는 서울시생활체육 수상스키 연합회의 김장원(30) 코치가 설명하는대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세를 교정하느라 여념이 없다. 김 코치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3∼4개 정도. 우선 다리를 11자로 어깨 너비 정도로 벌린다. 이어 보트가 출발하면 팔과 가슴을 펴고 엉덩이를 약간 들어주면서 중심을 뒤로 한다. 물 위에 올라서면 눈을 감지 말고 어깨에 힘을 뺀 후 시선을 보트에 고정한 채 살짝 일어선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마자세를 잡고 무릎과 무릎 사이 주먹하나 들어갈 정도로 간격을 유지하는 것. 또 발목에 힘을 꽉 줘야 보트가 갑자기 출발해도 스키날이 벌어지지 않는다.
스키를 신은 제니퍼씨가 '첨벙'하며 선착장을 뛰어내려 로프를 잡자 마자 보트가 무서운 속도로 끌고 간다. 아차하는 순간, 제니퍼씨는 보기 좋게 물속에 처 박혀 한강물을 실컷 들이켰다. 가장 어려운 고비는 물위에 뜨는 것. 일단 물위에 뜨는 것이 가장 어렵고 달리는 상태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그보다 덜하다. 이번에는 폭이 훨씬 넓은 초보자용 스키로 갈아신고 다시 도전했다. 한강 가운데쯤 나가자 수심은 4∼5m. 수영에는 자신이 있는데다 구명조끼를 착용해 두려움은 없다. 보트가 출발한 뒤 로프를 잡고 처음 10초 동안만 발목을 잘 관리하면 일단 균형을 잡는데 성공한 셈.
시원한 물보라와 짜릿한 긴장감
그렇게 10여초동안 고투를 벌인 후 드디어 물 위에 서자 환희에 찬 제니퍼씨의 표정이 하얀 물거품 사이로 밝게 드러났다. 성수대교와 남산을 바라보며 시속 50㎞의 보트에 매달려 간다. 속도를 얕보면 큰 오산이다. 물살의 탄력 때문에 자동차 속도에 비교하면 시속 120㎞정도로 느껴진다. 좌르르 쏟아지는 물살. 물보라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쳐 일곱색깔 무지개 마저 떠오르자 서울 한복판에 이보다 더한 휴양지는 없다. 10여분만에 한 바퀴를 돌아온 제니퍼씨는 줄을 놓고도 한참을 미끄러지며 서서히 물에 내려앉는다. 개운함과 채 가시지 않은 흥분이 온몸에 전해온다.
끝없는 인내를 요구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조깅, 수영과 달리 수상스키는 짜릿한 스릴을 즐기는 레포츠. 운동량도 만만치않다. 거친 물살 위를 보트에 이끌려 갔다오면 팔뚝과 허벅지,발목 등 전신이 녹초가 된다. 수상스키 15분은 헬스클럽의 1시간 운동량과 맞먹는다. 숙달된 베테랑도 2,3번 이상 타는 것은 금물. 김장원 코치는 "초보자가 무리한 기술만 시도하지 않는다면 부상 위험이 거의 없는데다 날씨에 관계없이 탈 수 있는 것도 매력"이라며 "비오는 날에는 물살이 더 잔잔하기 때문에 마니아들은 이때를 더 선호한다"고 전했다.
'여성들은 물보라 마사지에 푹 빠져요'
수상스키는 몸매관리와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젊은 여성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전신을 두들겨대는 물보라 마사지가 탱탱한 피부를 만드는데 만점이라고 들었어요. 각선미도 좋아진데요. 이렇게 수상스키에 푹 빠지면 일상의 모든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고 저 같이 내성적인 사람도 담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니퍼씨는 올 여름 휴가를 물 위에서 보내려고 마음 먹었다고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차분한 목소리와 지적인 외모로 고교생들 사이에서 '예쁜 누나'로 통하는 제니퍼씨. 2시간여 '물놀이'를 만끽하고 온몸이 가뿐해진 그는 곧바로 홍대앞에서 예정된 팬클럽 모임으로 향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물에도 "보드族" "웨이크보드" 신세대에 인기
'날아라∼ 슈퍼보드'
눈밭에 스노보드가 있다면 수상에는 웨이크보드가 있다. 웨이크(Wake)는 '배가 지나간 뒤 생기는 물결'을 뜻한다. 최근에 젊은이들 사이에선 수상스키보다 웨이크보드의 인기가 오히려 높다. 웨이크보드는 전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X―게임의 하계 종목 중 하나로 스노보드, 스케이트 보드와 함께 신세대 문화의 상징. 1960년대 미국에서 서핑을 즐기던 사람들이 강이나 호수에서 서핑과 동일한 기술을 소화해내기 위해 착안한 레포츠로 우리나라엔 1998년 소개됐다.
겉보기는 수상스키와 비슷하지만 수상스키가 주로 좌우로 움직이며 속도감을 즐기는데 비해 웨이크보드는 시속 40㎞정도로 달리며 갖가지 점프나 회전묘기를 구사하면서 재미를 좇는다. 초보자는 보통 180∼360도, 1∼2년 이상 배운 사람은 540∼720도 회전할 수 있다는 게 티코수상스키장(서울 압구정동 한강둔치) 김성보(27·사진) 강사의 설명이다.
일명 슈퍼맨으로 불리는 에어랠리 기술을 구사할 때는 보는 이의 입이 쩍 벌어지도록 화려하다. 김 코치는 "빠르면 수개월내 옆으로 한바퀴 도는 '힐사이드 백롤' 같은 고난도 기술까지 뽐낼 수 있도록 가르친다"며 당장 시작할 것을 권한다. 다만 구명재킷과 장갑 등 안전장구 없이 타거나 무리한 묘기에 욕심을 내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수강료는 티코수상스키장의 경우 첫날 5만원(강습비 포함), 이튿날부터는 한 번 타는데 수상스키가 1만5,000원, 웨이크보드는 1만8,000원씩 내면 된다. 그 외 바나나보트는 5명이 나란히 타는 튜브식 놀이기구로 연인들이나 단체 미팅용으로 인기가 높다.
문의 티코수상스키장 (02)541―8266, 대한수상스키협회 (02)2203―0488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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