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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亞본부 두기엔 여건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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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亞본부 두기엔 여건 열악"

입력
200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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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아시아 본부를 두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 안 됩니다."휠라 USA와 공동으로 휠라 본사를 인수한 윤윤수(사진) 휠라 코리아 회장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휠라 코리아가 휠라 그룹의 아시아 본부를 맡을 것"이라며 "그러나 사실상 본부 기능은 서울이 아니라 홍콩에서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의 결정은 국내 기업 사상 처음으로 한국지사가 글로벌 본사를 인수하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여전히 한국은 국제적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상징적 사례인 셈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15개국 17개 지사를 거느리는 아시아 본부는 휠라 코리아가 맡지만, 사실상의 본부 기능은 홍콩에서 담당하는 '두 집 살림'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윤 회장은 "정부가 동북아 경제중심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고 나도 한국 출신으로서 조국에 기여하고 싶어 한국에 명실상부한 아시아 본부를 세우고 싶었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그 이유로 우선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것을 꼽았다. "수시로 뭉칫돈이 오고 가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파이낸싱이 어렵다는 것은 허브로서는 치명적인 걸림돌"이라는 것이 윤 회장의 설명.

윤 회장이 다음으로 꼽은 것은 조세 부담과 언어의 제약. "홍콩의 법인세가 16% 정도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30% 가까이 되는 것도 부담이었고,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아시아 각국 사람이 오고 가는 헤드쿼터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도 걱정스러웠다."

윤 회장은 "정부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면서 "하루 빨리 한국도 국제 비즈니스를 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미국계 투자펀드 서버러스, 휠라 USA와 공동으로 휠라 본사를 3억5,100만 달러(약 4,300억원)에 인수한 윤 회장은 앞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3개 회사로 나뉘는 휠라의 지주회사 SBI(Spotrs Brand International)의 아시아 회장을 맡게 된다.

글로벌 본사 회장은 휠라 USA 회장이었던 존 엡스틴이 맡기로 했다. SBI 전체 지분의 15%가 핵심 경영진에게 할당됐는데 이 가운데 윤 회장의 지분은 5%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SBI가 5년 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상장될 경우 윤 회장의 지분 가치는 수천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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