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의 10%에 불과한 계약금만 지불한 땅을 텔레마케터를 통해 물색해 놓은 매입희망자에게 2∼4배 부풀려 판매해 온 '원정 떴다방'(이동중개업소)과 아파트 28채를 구입한 주부 등 부동산 투기꾼들이 '세금 철퇴'를 맞았다. 국세청은 11일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세무대책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부동산 투기혐의자 유형을 공개했다.5·23 집값 안정 대책 발표를 전후해 시작된 국세청의 부동산 투기혐의자 일제 단속으로 추징된 세액은 모두 423억원. 특히 서울 강남구의 빌딩에 '부동산 개발 컨설팅사'로 가장한 사무실과 60∼150명 규모의 텔레마케터 조직을 갖추고 개발 예정지의 땅을 사들여 2∼4배로 부풀려 매각한 원정 떴다방들은 회사별로 14억∼44억원 상당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원정 떴다방 A사는 충남 서산, 경기 용인·화성, 강원 양양, 전남 여수 등지의 땅 11만2,000여평에 대해 원주인과 계약을 맺은 뒤, 텔레마케터가 모집한 매입희망자들로부터 중도금을 받아 등기를 마쳤다. A사는 매수자 474명과 실제 가격(235억원)의 3분의 1 정도의 액수로 허위계약을 맺는 수법으로 법인세 17억1,800만원과 원천제세 11억4,500만원 등 총 28억6,300만원을 탈세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허위, 이중 계약을 맺으면 중개업소는 수입금액을 누락하고, 매수자는 자금출처 조사를 피할 수 있다"며 "원정 떴다방들이 기업화함에 따라 억대 연봉의 텔레마케터가 속출할 정도"라고 말했다.
충청권 투기혐의자 가운데 경기 수원시의 주부 서모(45)씨가 도·소매업을 하는 남편 박모(44)씨로부터 받은 돈 15억원으로 최근 3년간 충남 아산시의 아파트 28채와 전북 군산시의 전답 2,600여평을 매입, 일부를 매각해 놓고도 양도세 1억5,000만원과 증여세 4억4,000만원을 탈세했다가 적발되는 등 600여명이 세금 102억원을 추징당했다. 1인당 수만평의 토지를 매입한 3∼13세 어린이 4명을 포함, 미성년자 239명도 자금출처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단속에서 원정 떴다방 12곳, 충청권 6개 시, 5개 군의 아파트·토지를 거래한 투기혐의자, 수도권·충청권의 투기조장 중개업소 등으로부터 탈루세금을 추징한 것과 별도로 탈세액이 큰 원정 떴다방 3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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