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국립 대학인 도쿄대의 입시는 1990년부터 센터 시험과 함께 시작된다. 먼저 일본 고등학생이 일제히 시험을 보는 센터 시험으로 정원의 3배를 뽑는다. 시험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관련 두 과목, 사회 관련 두 과목 등 7개이다.이어 한 달 뒤 대학 자체 시험을 치르는데 이과 지원자는 7과목 중 사회관련을 뺀 5과목을, 문과지원자는 과학관련을 뺀 5과목을 각각 시험 본다. 시험문제는 교수들이 출제하고 채점도 교수들이 직접 한다. 자체시험은 어렵기로 소문난 주관식 논술고사이기에 이 관문을 통과한 신입생들의 자부심도 그만큼 크다.
도쿄대 입학생을 보면 유명 사립고 출신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본의 사립학교는 학교마다 조금씩 시스템이 다르긴 하나 대체로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같이 묶여 있다. 별도로 고교진학시험을 준비하는 공립중학교 학생들과 달리 사립 중학교 학생들은 자동으로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여기서 공립과 사립의 차가 나타나게 되는데, 중·고교가 함께 있는 사립고의 경우 대부분 중3년, 고3년인 6년 과정을 4년 반 이내에 모두 마치고 마지막 1년 반은 대입시험준비에 집중한다. 명문대에 사립고 출신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에도 한국의 학군과 비슷한 '학구'제도가 있어, 소득수준이 높은 가정의 학생들은 양질의 교육과 함께 명문대 입학에 유리한 유명 사립고에 진학하려 한다. 실제 도쿄대생 부모들의 소득수준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도쿄대는 일본 사회의 지식 시장에서 거의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정부의 재정 지원과 권력도 집중되어 있다. 그렇지만 도쿄대의 이런 모습에 비판을 가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일본도 우리처럼 교육을 둘러싸고 지역적, 경제적 교육환경의 불균형 같은 문제로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학벌이 사회적 지위를 좌지우지하는 학벌사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은 그다지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도쿄대의 자부심 역시 그 자체로도 인정을 받는 편이다.
일본 교육계는 지금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움직임으로 바쁘다. 내년에는 모든 국립 대학의 법인화를 목표로 규모가 작은 연구소는 점차 합병 및 재편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일본의 국립대 민영화는 문부성 산하 공무원인 국립대 교수 인원 감축을 통해 나랏돈을 절약하려는 이유와 함께 일본의 대학교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적극적 대안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서도 물론 도쿄대가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연구소도 성격이 비슷한 다른 연구소와 내년에 합병될 예정이다. 무엇이든 최고여야 하는 도쿄대의 자부심은 일본의 교육개혁에서도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김 상 미 일본·도쿄대 박사과정 '한국의 N세대 백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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