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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시민단체 대립/"개방은 대세" "국민생존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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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시민단체 대립/"개방은 대세" "국민생존 악화"

입력
200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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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시장개방정책이 이해집단의 거센 반발로 중대 기로에 놓였다.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협상이 본격화하고 전세계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앞 다퉈 나서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시장개방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7월부터 경제자유구역법 시행에 나서는 한편, 경제현안으로 떠오른 한·칠레 FTA 국회 비준과 한·미 투자협정(BIT)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와 농민단체 중심의 시민사회단체들은 "WTO 개방과 각종 투자협정이 국민 대다수의 생존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밀어붙이기식 개방정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칠레 FTA

한·칠레 FTA 국회 비준은 여야가 농민단체의 거센 반대여론을 의식, 이번 임시국회에 상정하지 않기로 해 이미 차질을 빚고 있다. 양국 정상이 2월 서명한 한·칠레 FTA는 공산품 전 품목에 대한 관세 철폐와 함께 양모, 밀, 배합사료 등 농산물 224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10년 안에 없애도록 했다.

농민단체는 "농업 최강국 칠레와 FTA를 맺는 것은 우리 농업을 파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국회 비준을 받기 위해 피해농가를 보상하는 FTA특별법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농민들은 "법안을 들여다보면 농가 보상보다는 고령농가 지원, 품질 향상을 비롯한 중장기 농업 구조조정 등 이농을 촉진하기 위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

경제자유구역법은 우리나라를 동북아 물류중심, 금융·비즈니스 중심으로 만들자는 정부 계획에 따라 외국자본에 각종 세제 혜택과 인허가 절차 생략, 의료·교육기관 설립 자유화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다국적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까지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노동계는 경제자유구역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결정체로, 멕시코나 홍콩의 경우 임금저하와 빈부격차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월차휴가 폐지, 생리휴가 무급화, 전문업종 파견근로 확대 등은 노동기본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헌조항이라고 지적한다.

한·미 투자협정

스크린쿼터 문제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경제부처는 "한미 BIT가 성사되면 40억 달러의 투자유치와 함께 미군 몇 개 사단이 한국에 주둔하는 정도의 경제·안보 효과가 있다"면서 일정한 선에서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화부와 영화계는 "스크린쿼터와 같은 문화분야는 WTO 협상에서도 제외하는 추세인데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한국의 미래산업인 영상산업을 내줄 수는 없다"며 완강한 반대 입장이다. 시민단체도 "선진국 중에 미국과 투자협정을 맺은 나라가 없고 노동권, 환경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많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일 FTA

한·일 양국은 FTA체결을 위한 전 단계로 지난해 3월부터 산·관·학 공동연구를 진행, 민감한 품목에 대한 단계적 관세철폐와 서비스무역 자유화 촉진 등에 의견을 모았다. 시민단체들은 대일 무역역조가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대일 종속을 구조적으로 가속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 어떤 단체 나섰나

개방저지 투쟁에 나선 시민사회단체는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노동계와 농민단체를 비롯, 전교조, 교수노조, 민주노동당, 진보네트워크센터,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영화인회의, 함께 하는 학부모시민연대 등 50여개에 달한다. 이들은 참여정부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개방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16일 경제자유구역법 폐기를 위한 조합원 상경투쟁을 벌이는 한편, 17일까지 경기 대전 부산 등 산하 조합별로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기 위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전농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9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전국농민연대는 한·칠레 FTA의 국회 비준을 저지하기 위해 20일 트럭 1만 여대에 트랙터와 경운기 등 농기계를 싣고 상경,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임시국회 폐회 전날인 30일에는 여의도에서 50개 단체 회원 2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범국민대회를 열고 개방정책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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