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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치앙거 코수 한국애보트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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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치앙거 코수 한국애보트 지사장

입력
200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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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애보트의 치앙거 코수(40) 지사장은 국내에서 생활하는 200명 남짓한 터키인 중에 유일한 최고경영자(CEO)다. 코수 지사장은 터키 마마라 대학을 나와 이스탄불 대학에서 국제 경영석사 학위를 받은 소위 '터키 토종파 인재'. 그런데도 내로라는 사람들을 물리치고 전세계 130여개 현지 법인에서 연간 약 2조원(170억달러)대의 매출을 올리는 다국적 제약회사 애보트사의 한국지사장이 됐다. 40세의 나이에 성공한 CEO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남다른 노력이 없을 리 없다.코수 지사장은 '일벌레 사장님'으로 통한다. 그는 9시 출근 5시 퇴근이 확실하게 지켜지는 다국적 기업에서 한시간 먼저 출근해 3∼4시간 늦게 퇴근한다. 오후 5시가 지나면 직원들이 썰물같이 사무실을 빠져 나가지만 그의 사무실은 밤늦도록 서류철로 가득하다. 점심 식사도 회의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샌드위치로 대신하는 일이 잦다.

퇴근 후에도 그의 일은 계속된다. 저녁 식사를 한 뒤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자정이 되면 편한 복장으로 서재 컴퓨터 앞에 앉는다. 시차가 다른 시카고 애보트 본사와의 업무가 시작되는 것이다. 밤낮 없는 일과로 코수 지사장은 하루 5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 콜레스테롤이 적은 채식 위주의 절제된 식사 습관과 꾸준한 운동으로 고된 업무를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애보트사는 열린 기업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건, 어느 나라 출신이건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능력, 기술, 경험, 리더십, 교육 등 여러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되죠.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이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코수 지사장은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초고속 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경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이 북한 핵 문제 때문에 외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지만 한국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특히 제약 산업 분야는 일반 소비재와 달리 경기 영향을 덜 받습니다. 애보트사에서 한국 비중은 연간 7,0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액의 0.5%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2007년이 되면 약 1억5,000만 달러로 늘어나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될 것입니다."

코수 지사장은 "한국 제약 업계가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 비결은 기업 이미지 관리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약 산업은 개발 단계에서 임상 실험까지 오랜 기간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이런 연구개발(R&D) 비용을 감내할 만한 제약업체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특허 기간이 끝난 약을 카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뻗어 나가려면 기존 약 카피보다는 효능이 뛰어난 신약 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그는 앞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될수록 탈모제 등 질병과 관계가 없는 소위 '해피 드럭(Happy Drug)'이 국내에서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수 지사장은 한국 여성이 비만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비만은 치료를 요하는 '질병(Disease)'입니다. 특히 생활 습관과 관계가 깊습니다. 여성들이 아름답게 보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 여성들의 미적 욕구가 아주 심한 편이죠. 날씬한데도 몸무게를 더 줄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신나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코수 지사장은 한국인의 터키에 대한 인식이 예상보다 호의적이라고 말한다. 특히 월드컵 기간 중 한국민들이 보여준 터키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한국인의 품성을 알게 해 준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월드컵 대회 중 페이스 페인팅을 한 채 터키 국기를 흔들며 선수들이 함께 어깨 동무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과 터키가 '혈맹'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국과 터키는 앞으로 자동차, 가전제품, 중장비는 물론, 군사 장비 부문에서도 상호 교류할 분야가 많습니다."

코수 지사장은 한국을 더 잘 알기 위해 매주 두 차례 부인과 함께 한국어 과외공부를 받는다. 지금은 식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김치찌개를 주문해 먹을 만큼 한국어가 늘었다고 자랑했다.

"한국애보트는 지금 혁신적인 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Humira)'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 제품이 나오면 한국애보트는 다시 한번 제2의 성장을 할 것입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나의 경영철학

나는 개인 생활과 직장 생활을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삶 속에서 매니저, 아버지, 축구 팬클럽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여러 역할을 하지만 결국은 한 사람이다.

만약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열정은 직장이든 개인의 삶이든 모든 일에 반영된다. 만약 당신이 가정에서 자상한 아빠라면 직장에서 하급자를 무시하는 매니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주어진 역할에 따라 항상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면 배우가 아닌 이상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비즈니스와 개인 생활의 가치는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본연의 모습과 비즈니스 일원으로서의 모습이 달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주된 역할이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공평하고, 친절하게 다루어질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의 CEO이든 한 국가의 원수이든 혹은 자선 단체의 장이든 그들의 가장 큰 책임은 임무 완수가 아니라, 사람들의 잠재력을 인지해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일이다.

좋은 매니저란 자신의 약점을 감추는 사람이 아니다. 약점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자기 인식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영감을 주고 고무시킬 줄 아는 리더가 되길 열망한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싶다. '영감을 주는 리더십(Inspirational leadership)'의 저자 랜스 세크레탄에 따르면 '위대한 리더십의 궁극적 잣대는 추종자들이 종국에 그들의 리더를 고무시키고, 이러한 과정이 발전과 개선을 위한 자극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리더십의 첫 단계는 '자기 인식'과 '자신의 모습에 충실하기'라고 믿는다. 나머지는 리더십의 대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면 될 것이다.

● 코수 지사장은 누구

▲ 1963년 터키 출생

▲ 터키 마마라대학(약학전공), 이스탄불대학(국제경영 석사) 졸업

▲ 1988년 그락소·그락소 웰컴 마케팅 매니저

▲ 1997년 애보트 터키 의약사업부

▲ 2001년 애보트 인도네시아 지사장

▲ 2002년 애보트 한국지사장

▲ 2000년 터키 제약사 톱5 CEO상 수상

▲ 취미: 윈드서핑, 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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