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수감자가 466일 동안이나 금속 수갑과 가죽 수갑을 찬 채 수감생활을 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1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기소돼 현재 청송보호감호소에서 복역 중인 정모(40)씨는 2000년 2월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중 교도관을 흉기로 찌르고 탈주했다가 같은 해 3월7일 체포돼 광주교도소에 재수감된 이후 2001년 6월18일까지 총 466일 동안 금속 수갑 2개와 가죽 수갑 1개에 묶인 상태로 광주·목포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광주교도소가 작성한 '동태 시찰 상황' 및 '계구(戒具) 사용 감독부' 등의 기록에 따르면 정씨는 처음 26일 동안은 단 한차례도 수갑을 벗지 못했고, 이후에도 교도소측은 3일이나 1주일에 한시간 정도 밖에 수갑을 풀어주지 않았다. 정씨가 차고 있었던 가죽 수갑은 양팔의 팔목부터 팔꿈치까지를 가죽띠로 감아 허리에 고정시키고 양 손목을 다시 쇠고랑으로 묶는 방식이다.
인권위는 "가죽 수갑은 상반신을 완전히 제압해 식사, 세면, 수면이나 용변 등 인간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활동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 고근예 간사는 "아무리 흉악범이라 해도 1년 3개월 동안 수갑으로 묶어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씨는 2001년 3월 구금시설에서 수갑, 사슬, 안면보호구 등 계구를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날 "교도소 내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고 수감자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하는 행형법상 규정에 비춰봐도 계속해서 수갑을 채운 것은 과도한 처사로 판단된다"며 "지나친 수갑 사용은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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