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991년 부동산 버블 붕괴이후 10여년간 장기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다. 비결은 간단하다. 길고 긴 국가적 경기침체를 조롱이라도 하듯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들이 건재하기 때문이다.삼성경제연구소는 11일 '장기불황에도 우량기업은 더 이익을 낸다' 라는 보고서를 통해 장기불황 하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6개 일본 기업들의 성공비결을 분석했다. 보고서가 대표기업으로 꼽은 업체는 경쟁업체에 비해 성장률, 이익률, 주가상승률이 탁월한 캐논과 닛산(日産), 카오(花王), 다케다(武田)약품, 신에츠(信越)화학, 세븐일레븐저팬 등 6개 회사다.
이들 기업의 성공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경영자 리더십의 부활이다. 캐논의 미타라이 사장은 '세계 제일의 사업만 모은 기업을 만들자'며 수익의 8% 이상을 연구개발(R& D)에 투자하는 한편 일본의 종신고용과 미국식 실력주의를 융합한 캐논식 인사시스템을 가동했다. 또 숙련된 직원이 공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셀(Cell) 생산방식을 도입했다. '용병CEO'인 카를로스 곤 닛산 사장은 직원 등 비용이 될만한 부문을 냉혹하게 잘라낸다는 뜻의 '코스트 커터'를 자처하며 세븐 일레븐(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는 것)식 재건을 진두지휘했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도 한몫을 했다. 세븐일레븐저팬은 판매현황을 하루 3차례 파악해 20분 내에 분석을 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구축, 상품 개발 및 가격 결정에 접목해 소비자의 기호를 재빨리 읽었다. 이는 성공적인 재고관리와 매출 증대, 수익으로 이어졌다. 카오는 원가관리시스템인 TCR이 "직원의 유전자에 이식되어 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원가절감과 업무혁신에 매진했다.
마지막으로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도려낸다'는 원칙 아래 선택과 집중을 실시했다. 캐논은 98년 컴퓨터 등 740억엔에 달하는 7개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고, 카오는 대중의약품 사업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자 즉각 철수했다. 다케다약품은 농약 화학 식품 등 비의약품 사업을 경쟁업체에 매각하고 대신 미국 시장을 집중,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보고서는 "성장률 하락과 부동산 가격 급등, 과잉 유동성, 사회갈등 점증, 사스 후유증 등을 감안할 때 일본식 불황의 도래를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며 "우리 기업들은 원가절감과 질적 고도화, 리더십 확립 등을 통해 체질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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