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대한 일관성 없는 태도가 많은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몇 번이나 시행과 유보사이를 반복하다 급기야 NEIS와 종전의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중에서 일선 학교 재량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는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대부분의 학교가 NEIS로 바꾼 상태라 사실상 교육부는 비난을 피해가면서 NEIS 시행을 기정사실화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정신과 환자 중에서 가장 치료가 어려운 환자중의 하나는 경계성 인격장애의 정신치료이다. 이들은 기분의 변동이 심하고, 자제력이 약해 충동적이고, 폭발적 행동이 많고, 반사회적 경향도 있다. 치료를 받을 때도 정서가 불안정하다 보니 치료자를 신뢰하고 이상화하다가도, 사소한 일에 치료자를 쉽게 평가절하하고 공격적이 되기도 한다. 또 심한 경우 주의를 끌기 위해 자해를 하기도 한다.
이런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를 대하는 치료자의 일관성 있는 태도이다. 아무리 환자가 화를 내더라도 또는 아무리 환자가 가깝게 느껴지더라도 언제나 일관성 있게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숙련되지 않은 정신치료자인 경우에는 쉽게 환자의 요구에 응하게 되는데, 환자가 정신병리로 인하여 격렬한 요구를 하면 치료자는 쉽게 들어 주게 되고 상황에 따라 환자를 대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환자치료의 원칙이 흔들리게 된다.
요즈음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의 정책을 보고 있으면, 마치 초보 정신치료자를 연상케 한다.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이기 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며 피해 가기에만 급급하다. 환자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는 치료자가 당장은 좋게 보이지만, 결국 자신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치료를 포기하게 된다.
이익집단이 서로 얽혀 유기적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사회에서 정책결정자들은 치료자의 위치와 유사하다. 힘의 논리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정책은 당장의 땜질은 되지만, 이 사회에 점점 치유하기 힘든 중병을 심어 주는 꼴이 된다. 치료자가 항상 중심을 잡고 일관성 있게 환자를 치료해야 하듯이 정부의 정책도 큰 틀에 맞추어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며 우리 사회를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일관성 없는 치료가 환자들을 중도 탈락시켜 치료가 계속되지 않는 것처럼, 임기 응변식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국민들이 등을 돌릴까 걱정이다.
권 준 수 서울대 의대 교수 정신과학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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