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동이와 영팔이' '만리종''허진형제 복수극'. 1950년대 말과 60년대 초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고전만화 세권이 동시에 복간됐다. 50대 장년층이 코흘리개 시절 동네 만화방을 드나들며 보던 만화들이다. 작가들도 오래 전에 타계했고 책이나 원고도 유실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책들을 고전만화 복간 사업을 하고 있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희귀만화 수집가들을 수소문해 다시 낸 것이다. 단행본 만화의 여명을 열었던 이 책들은 일본 만화의 그늘에 가려 잊혀진 우리 전통만화의 고유한 그림체와 스타일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준다.검은 학생모와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 등장하는 표지의 '약동이와 영팔이'(방영진 작, 1962년 발행)는 학생만화의 효시로 기록될 만한 작품이다. 시골 중학교로 전학 온 영팔이와 이 동네에 사는 약동이, 뚱뚱이, 홀쭉이는 처음에는 사이가 나빴다. 그러나 영팔이가 좋아하게 된 약분이의 오빠가 약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뚱뚱이와 홀쭉이가 둘 사이를 이어줘 넷은 아주 친한 사이가 된다. 초가집, 한복을 입은 어른들, 산소탱크를 종대신 사용하는 학교 풍경, 밭갈이, 토끼 키우기, 지게를 지고 일하는 학생들 모습 등 산업화 이전 농촌 생활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만화가 박재동씨는 "18년간 만화가게를 운영했던 아버지가 가게를 정리하면서 이 책 한 질만 남겨뒀다"고 회고하면서 "진정한 우리 만화로 불러도 좋을 만하다"고 말했다.
'만리종'(박기당 작, 1959년 발행)은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그림소설'체로 60년대 우리 만화계를 이끌었던 작가의 대표적 작품이다. 기자조선 말 중국 연나라 출신의 위만이 귀순했다가 준왕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켜 청천강 남쪽 남원 벌판을 무대로 양측이 싸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호걸들의 이야기이다. 만리종은 만리(萬里)까지 들린다는 종의 이름. 매우 사실적인 그림은 당시의 책 그대로 두었지만 글자는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유사한 최근 자체로 바꿔 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350년을 거슬러 올라간 옛날 조선의 명장인 허립 장군이 공으로 나라에서 물려받은 이 땅은 허씨 가문이 대대로 내려오면서 통치를 하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허진형제 복수록'(신동우 작, 1959년 발행)은 땅을 놓고 3대에 걸쳐 벌어진 허씨 집안의 피비린내 나는 가족 비극을 그렸다. '홍길동'을 그린 작가가 20대 한창시절에 그린 만화로 가벼운 터치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그림이 반갑다.
바다출판사·새만화책·서울애니메이션센터 공동발행. '악동이와 영팔이' 7,000원, '만리종' 8,500원, '허진형제복수록'5,500원.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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