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잠정 중단됐던 차세대 유도무기(지대공 미사일) 도입사업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키로 하면서 미국주도의 미사일방어(MD)체제 참여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적의 탄도탄과 고고도 침투 항공기에 대응하기위한 차세대 유도무기는 사실상 최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로 굳어지는 상황이다.MD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레이더 등으로 발견·식별한 뒤 궤도를 추적해 요격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현재 미국과 일본이 중국, 북한을 겨냥해 MD 구축에 합의한 상태다. 미국은 북한 등 '악의 축' 국가 또는 중국 등 잠재적 적국이 미국 본토를 탄도 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미사일 발사 직후 고성능 요격 미사일로 요격하는 미사일 방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1998년 미국 서부지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서 MD 구축을 서둘러왔다.
한국 정부는 그 동안 MD 참여에 대해 통일한국의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와 수 십조원이 소요되는 엄청난 예산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우리 정부의 현재 입장은 미국으로부터 MD와 관련한 어떠한 제안도 받은 바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패트리어트 도입과 MD 참여와의 연관성을 경계하면서 "2006년 이후로 미뤘던 패트리어트 도입을 재추진하기로 한 이유는 독자적 대공 방어망 구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과거 한국의 주요시설 보호 임무에서 미군시설 방어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져 한국의 독자적 패트리어트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정부 당국자들이 최근 MD 참여 가능성을 잇따라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7일 "기본적으로 우리가 방공망을 보강해 발전시키다 보면 (MD와) 연결될 수 있는 것이 많다"며 "그러나 (지금) 'MD와 연관이 있다, 없다'를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의 발언은 사실상 한국의 MD 체제 편입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국의 최신형 패트리어트의 도입 계획과 미사일 요격시스템을 갖춘 한국형 구축함의 이지스 체계 구축 등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가 미국이 추진하는 MD와 '코드'를 맞춰가고 있다는 것이 현재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 군사전문가는 "과거에는 미국이 한국의 MD 참여를 내심 기대했으나 우리 정부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자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정부가 앞장서 MD 참여를 추진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가 현실적인 어려움 등을 내세워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미국에 제시했으나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 정부가 '전략적'으로 패트리어트 도입 등을 통해 MD 참여의사 추파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