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팬들에게 친숙한 미 프로야구 LA 다저스가 삼성그룹에 구체적인 조건까지 제시하며 인수를 요청했고 삼성은 이를 신중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삼성그룹과 구단 사정에 정통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11일 "다저스가 최근 박찬호의 에이전트를 지냈던 스티브 김을 통해 삼성 그룹에 구단의 매입 의사를 타진했었다"고 밝혔다. 스티브 김이 A4 용지 100쪽 이상의 방대한 분량으로 작성한 제안서에 따르면 다저스는 현재 평가액이 5억 달러(약 6,000억원) 정도인 구단의 매입에 삼성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가해 1억 달러 가량을 투자하고 대주주가 되는 방식을 제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저스는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상무 측에 제안서를 전달했으나 삼성측은 최근 SK그룹 문제 등 대기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던 점과 시장성 등을 감안해 거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미완으로 끝났지만 '다저스 대주주=삼성' '구단주=이재용 상무'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는 흥미로운 빅딜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삼성 거포 이승엽의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하고 삼성의 미국 내 제품 홍보 등에 다저스구단 활용이 매우 효과적인 것이 사실이어서 삼성의 다저스 인수 가능성은 앞으로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1992년 게임 소프트웨어 업체인 닌텐도가 시애틀 매리너스를 인수해 사사키와 이치로 등 일본 프로야구의 간판 스타들을 스카우트 한 사례가 있다.
98년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3억1,000만 달러에 인수해 2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 다저스는 최근 적자에 시달렸고 지난해에는 2,5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 올해초 매물로 나왔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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