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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커스]인터넷 시대의 만화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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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커스]인터넷 시대의 만화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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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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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인터넷을 통해 르네상스를 맞는다. 고된 도제생활을 거치고도 자기류가 있어야 비로소 독립이 가능한 만화가의 길. 이제는 그리고 싶은대로 그리고, 네티즌의 반응이 좋으면 곧바로 작가대열에 오른다. 책으로도 나오고, 캐릭터 상품으로도 만들어지고 심지어 게임까지 탄생한다. 이른바 만화의 백가쟁명시대.#1. 만화는 즐거워서 하는 것 ― 김 풍

만화가 김풍(25·본명 김정환)씨가 걸어온 길은 전형적인 인터넷 만화가의 행로. 홍익대 애니메이션과를 3년째 휴학중인 김씨는 모바일게임업체, 컴퓨터업체에서 다양하게 일했고 지금은 영화 웹진 엔키노의 콘텐츠기획자이다.

지난해 7월 디씨인사이드(dcinside.com)에 습작 '폐인의 세계'를 올리자 "당신 사이트는 어디냐"는 문의가 빗발쳐 8월에 김풍쩜넷(kimpoong.net)을 만들었다. 올 5월에 무료지만 회원제로 바꾸었는데 1만2,000명 정도가 가입돼 있다. 이들의 특징은 사이버 공간 특유의 문화를 한껏 즐긴다는데 있다. 아 에서 연유한 교(아무 뜻없는 아 의 길을 따르는 일), 자( 교를 믿는 이들)라는 용어에 열광하며 사이버 공간에 빠져있는 스스로를 '폐인'이라 부르며 일체감을 느낀다.

현재 김씨는 사이버 공간만의 문화를 풍자한 '출 굽기'를 사이트에 연재중이다. 회원들이 얼마나 착한지 아무리 쟁점이 뜨거워도 사이트 안에서 욕설이나 비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는 "이것이 바로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커뮤니티"라며 "회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계속 업그레이드시킬 예정"이라고 말한다.

만화가로서 그의 수입원은 다음에 '폐인 가족'을 연재하면서 받는 소정의 고료가 전부. 물론 작년말에 시작한 '극장호신술'(사진)이라는 만화가 뜨면서 엔키노 연재로, 다시 엔키노 취직으로까지 이어졌지만 그는 "돈은 회사에서 일해서 벌고 만화는 재미로 한다"는 생각이 투철하다.

그는 만화를 컴퓨터에서 곧장 그린다. '폐인 가족'은 재수생 아들, 홈쇼핑 중독자인 아버지 등 특징적인 인물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만화가 폐인, 도 등 집단적인 개성을 살리느라 캐릭터가 약한 것이 흠. 그는 "캐릭터다운 캐릭터를 만들어내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달 말에 책 '김풍'S 폐인의 세계'가 출간될 예정이다.

# 2. 인터넷에서 뜨니까 돈도 벌어요 ― 고필헌

고필헌(29)씨는 메가쑈킹이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하다. 대학 식품영양학과를 중퇴하고 놀이공원의 주방장을 지낸 그는(한식조리사 2급 자격증도 있단다) 만화가의 꿈을 버리지 못해 1999년부터 2년간 명지대 사회교육원 만화가 과정을 다녔다.

2000년에 '디자인정글'과 프리챌에 독자투고 형식으로 만화를 올렸고 네티즌의 눈에 들어 2001년부터 인츠닷컴에 고료를 받고 영화 패러디 만화를 연재하며 프로만화가로 나섰다.

지난해 독립 사이트 알타리넷(altari.net)을 만든 후 여러 군데 고정기고를 얻었다. 스포츠신문인 스포츠투데이에 '애욕전선 이상없다'를, 만화잡지 영점프에 '뷰티풀레인저'를 연재중이다. 그의 한 달 수입은 300만원 정도. 빨리 자리를 잡은 셈이다. 여기에는 그의 사업수완도 한 몫을 한다. 알타리넷 서버 이용료를 벌기 위해 최근에 '감격 브라더스'라는 티셔츠를 판매했다. 500장을 내놓았는데 1주일새 매진됐다.

"어릴 때부터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만화를 그린다고 구박하시던" 어머니가 이제는 적극적인 후원자로 바뀌었다. 그러나 만화가가 고정급을 계속 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그 역시 "만화가 주업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의 만화는 성적인 농담이 꽤 강하다. 좋아하는 만화가도 성적인 코드에 장난기를 더한 양영순이나 요시토 우수이('짱구는 못말려' 작가)이다.

그림은 사인펜으로 선만 그려서 스캔한 것을 컴퓨터로 색을 입힌다. 그의 만화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현란한 색채감. 버스를 타고 다니며 눈여겨본 간판이나 디자인 잡지를 통해 독학한 것이다. 복합색이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튀는 색깔을 만들어낸다. 다음에 팬클럽 카페가 2군데 있다. 만화책 '알타리'(사진)가 7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 3. 인터넷이 탄생시킨 지성파 ― 김 태

김태(29·본명 김태권)씨의 만화를 보는 순간, 우리나라에도 이런 만화가가 나왔구나 하는 탄성이 나온다. 인터넷 만화가 대부분 한 컷 또는 네 컷 안팎의 옴니버스로 꾸며지는데 반해 그의 만화는 장편이다. 풍자에는 녹녹찮은 지식이 녹아있다.

김태쩜컴(kimtae.com)과 온라인 언론 프레시안에서 4월 중순부터 연재중인 '십자군 이야기'(사진)는 성전(聖戰)이라는 미명 아래 약탈과 이민족 도륙을 정당화한 십자군 전쟁에 빗대어 미국의 팽창주의를 비판하는 만화. 집권층의 여론조작에 따라 '예루살렘을 되찾아야 한다'는 미망을 설파하는 은자 피에르, 권력을 되찾기 위해 십자군을 주도하는 몰락 귀족 르노공, 피에르가 타고 다니는 부시 닮은 당나귀(부시스러운 발언을 자주 한다)를 축으로 현재 1차 십자군이 헝가리와 비잔틴의 민중들을 요절내고 이스탄불에 도착한 것까지 전개됐다.

서울대 미학과 출신인 김씨는 2000년부터 한겨레문화센터에서 6개월 과정의 일러스트 학교를 다닌 것이 미술 교육의 전부. 평소 솜씨로 1998년 사회과학 서평지 '그날에서 책읽기'에 만화를 실은 것이 계기가 되어 부산대 교지 '효원', '고대 문화' '이화' '중앙문화' 등 여러 개 교지에 만화를 그렸다. '십자군 이야기'는 바로 '효원' 봄호에 실린 것을 만화평론가 김낙호(27)씨가 보고 후원자로 나서 장편만화로 개작하게 됐다. 김낙호씨는 김태씨의 만화가 "세계에도 통용될 아주 독특하고 대단한 작품"이라는 확신에서 김태쩜컴을 열고, 그의 만화를 영어로 번역해서 동시에 올리고 있다. 외국의 유수한 웹진에 고료를 받고 팔 계획이다. 김태의 그림은 비잔틴의 아이콘(성화) 화풍과 닮아있다. 펜으로 그리고 컴퓨터로 색을 입힌다. 그의 장점은 만화에 자연스레 스민 역사지식. 그는 이 만화를 위해 영어원서까지 독파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왜 광기에 젖어드는가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히틀러 집권과정이나 우리나라 역사에서 이런 부분들을 계속 만화로 그려나갈 계획이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 인터넷 만화의 탄생

인터넷 만화가들은 포털사이트나 디자인전문 사이트의 독자투고를 통해 데뷔한다. 재미있다 싶으면 네티즌들이 동호인 사이트에 마구 퍼나르면서 유명세를 얻는다.

네티즌들의 반응이 커지면 만화가만의 독립공간이 탄생한다. 무료로 서버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늘어나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독립공간이 만들어지면 고정팬이 생겨나고 입소문을 타면서 책으로도 출간된다. 다음은 인기있는 인터넷 만화가들의 사이트.

스노캣(snowcat.co.kr)

99년 만화가 권윤주씨가 만든 홈페이지이다. 음악과 영화를 즐기며 혼자 방에서 뒹굴기를 좋아하고 조직생활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하얀 고양이 스노캣은 20대들의 감성대를 건드려 '귀차니스트'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사진) '스노캣의 혼자놀기'(열린책들)라는 책이 2001년 출간됐으며 캐릭터 상품도 있다.

마린블루스(marineblues.net)

내성적인 주인공 성게와 강단이 있는 경상도 여자 후배 문어, 욱하는 성격의 친구 불가사리, 쭈꾸미 커플 등 해산물을 주인공으로, 20대들의 일상을 일기장 쓰듯 그려낸다. 2001년 가을에 탄생한 후 올들어 캐릭터 상품에 이어 동명의 만화책(학산문화사)으로도 출간됐다.

강풀(kangfull.com)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퍼나른 효순 미선양의 일생을 다룬 만화로 유명해진 강도영(29)씨가 지난해 6월에 만든 홈페이지. 처음에는 배설과 연관된 엽기적인 만화로 주목받았으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꾸준히 발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번쩜넷(bburn.net)

페리테일이 유명. 단컷 만화에 일상의 감동을 이야기하는 글이 더 많다. '포엠튠'(청하출판사)이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붓터치가 신선하지만 내용면에서는 만화라기보다는 일러스트수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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