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기 투자자들 사이에선 삼성전자를 사는 것이 유리한지, 간접 투자 상품인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은지를 놓고 손익 계산이 벌어지곤 한다. 한국 증시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의 주가흐름이 종합주가지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지수 추세가 펀드 수익률을 결정하는 만큼 둘 사이엔 별다른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독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주가흐름을 분석하는 일은 증시 예측만큼이나 관심사이다.2분기 바닥, 3분기 회복 신호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에서부터 가전·PC·디지털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을 가진 삼성전자는 세계 정보기술(IT) 경기와 국내 경제 흐름을 파악하는 '종합 백화점'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실적 분석은 대부분 IT종목의 투자 판단과 직결된다. 최근 34만원을 돌파한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과 외국인 매수세도 알고 보면 2분기 바닥을 친 실적이 하반기 들어 3분기나 4분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들의 의견 일치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올 1분기 1조3,500억원에 그쳤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분기 1조1,000억원 안팎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휴대폰의 내수판매 둔화와 수출 감소가 2분기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5월 말 이후 반도체값 상승과 액정표시장치(LCD) 부문 호조로 3분기 영업이익은 1조6,000억∼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는 못하지만 올 2분기보다는 40%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장열 수석연구원은 "최근 주요 IT업체들의 주문량 증가 추세가 가시화하고 있고 D램 부문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해 시장의 전환점이 도래했음을 암시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뛰어난 영업능력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 경기 회복의 최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9·11 테러 이후와 유사
삼성전자의 실적 추이와 주가흐름을 유심히 살펴보면 2001년 9·11 테러 사태 이후 주가 추이와 유사하다. 2001년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82억원으로 분기별 최저치를 기록한 후 4분기에는 690억원으로 늘어났고 2002년 1분기에는 2조원이 넘는 '놀라운' 실적을 내놓았다. 주가는 실적에 한발 앞서 영업이익이 바닥에 도달했을 때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정작 2002년 1분기 실적이 나온 2002년 4월 이후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실적이 바닥인 2분기 말(5월말∼6월)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는 것도 실적 개선을 염두에 둔 선취매의 성격이 강하다. 삼성증권 정현 연구원은 "9·11이후 삼성전자를 매집한 외국인과 최근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이 모두 장기투자(long-term)펀드 성격을 갖고 있고, 앞으로 D램가격 추이가 9·11이후와 비슷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9·11테러 이후와 유사하게 4분기 실적개선 모멘텀과 외국인 매수세를 등에 업고 상승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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