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첨단 업종인데 7년간 세금을 한푼 내지 않아도 되는 외국인투자기업은 되고, 최근 4년간 법인세 4조9,000억원이나 납부한 삼성전자는 왜 안되나?"재계가 발끈했다. 올해 26조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결의하는 등 경제 살리기 분위기를 띄웠는데도 정부가 규제완화 같은 추임새를 넣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계는 외국인투자기업인 LG필립스가 추진하고 있는 파주 LCD공장 신설은 허용하면서 토종 효자기업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증설은 규제하고 있는 것을 대표적인 국내기업 역차별 사례로 지목, 재계 차원의 공세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일 '기업투자에 있어서 국내기업과 외국인투자기업간의 역차별 규제'란 보고서에서 "국내기업들이 공장 신·증설 규제를 비롯해 출자총액제한, 중소기업 고유업종 참여제한, 의무고용규제 등에서 외국기업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국내·외 기업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조항을 정비해달라고 건의했다.
전경련은 또 "정부가 국내 첨단업종 공장의 추가 증설을 허용하지 않음에 따라 국내 첨단 업종의 신규투자가 불가능해져 반도체 자동차 등 선도기업들이 2류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해 제조업 공동화도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재계의 역차별 해소 주장이 고도성장에서 파생된 경제력 집중과 수도권 편중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정책 수단을 무력화하는 내용들이어서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국내기업이냐 외국기업이냐는 이중잣대가 국내기업에게 불리하게 바뀐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외국인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국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각종 규제법령을 면제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국내기업들은 투자와 인수합병, 세금, 금융, 노동 등 기업 활동에서 적지 않은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재계가 꼽는 대표적인 역차별은 수도권 성장관리권역내 공장 신·증설 제한이다. 국내기업은 성장관리지역에서 공장증설에 제한을 받고 있으나 외국인투자기업은 올해말까지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다. LG필립스의 공장은 신설허가가 난 반면 삼성전자와 쌍용자동차의 공장 증설에는 제동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활성화와 국토 균형발전을 둘러싸고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줄다리기가 벌어져 증설 불가 쪽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재계는 경제력 집중억제의 핵심적인 정책수단인 출자총액제한제도 역시 역차별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출자총액이 순자산의 25%를 넘는 경우 다른 국내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으나 외국기업에의 출자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은 소버린의 SK(주) 주식매집 사례에서 보듯이 경영권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금조달 면에서 불리하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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