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뜨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은행이 1·4분기에 은행권 최대의 순익을 내자 잇따라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또 외국인들의 우리은행 주식에 대한 '사자' 주문이 이어지면서 모기업인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주가는 최근 2개월 동안 50% 이상 올랐다.대기업 부실여신과 대손충당금 부담, 끊임없는 금융사고로 작년까지만 해도 문제의 은행이라는 뜻에서 '워리(Worry) 은행'이라 불렸던 우리은행이 지난해까지 부실을 대거 털어내고 올해 구조조정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환란 이후 잘 나가던 가계금융 전문 은행들이 가계와 카드 여신 부실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 골칫덩이 기업금융을 전담해온 우리은행은 오히려 승승장구하며 은행권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금융 주가는 지난달 22일(4,830원) 이후 9일 연속 상승, 이날 6,200원까지 올랐다. 3월말 4,000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던 주가는 두 달 사이 50%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도 계속 이어져 지난달 27일 이후 500만주 가량을 순매수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6월 상장 당시 공모가인 6,800원도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 후 '부실' 이미지가 뿌리 박힌 우리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대해 국내외 투자자들은 줄곧 의문을 가져왔지만, 최근엔 "은행주를 사려면 우리금융을 사라"는 말이 돌 정도로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그 동안 우리은행이 자산 클린화 작업을 계속했고, 수익성도 뚜렷이 개선된 데다 카드사도 분리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이덕훈 행장이 취임 이후 가장 강조했던 리스크 관리가 어느 정도 정착돼 두루넷, SK글로벌 등 올들어 발생한 부실기업에 대한 여신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편이다.
그 결과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들의 순익이 최대 90%까지 폭락한 1분기에 2,0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은행권 최고를 기록했다. 또 총자산이익률(ROA)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각각 0.94%와 11.3%를 기록,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서(MOU) 목표를 모두 초과 달성했다.
이에 따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 P)는 3월에 우리은행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에서 투자 적격인 BBB-로 한단계 높였고, 피치는 최근 BBB에서 BBB+로 상향조정했다.
물론 우리은행의 변신은 공적자금 투입 덕분에 가능했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창구 사고가 여러 차례 일어났던 '요주의 은행'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또 경기가 더 악화하면 부실여신 급증의 회오리를 비켜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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