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베이징(北京) 북·미·중 3자회담 이후 진통을 겪었던 북핵 후속회담의 형식이 북한의 수용 여부와는 무관하게 일단 한국과 일본이 추가적으로 참가하는 '5자 회담'으로 가닥을 잡았다. 5자회담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주체는 미국이다. 북한과의 양자대화 불가 원칙을 고수해온 미국은 지난 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후속회담의 사실상 전제조건으로 못박았다. 여기에 한·일이 7일 정상회담에서 한·미 및 미·일 연쇄 정상회담의 결과를 재확인함으로써 5자회담의 틀이 굳어졌다. 이에 대해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9일 "한·일 정상이 한·미,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를 재확인 한 것은 매우 잘 된 일"이라고 밝혔다.그 동안 우리 정부는 회담 형식에 개의치 않고 조속히 후속회담을 열어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두루뭉실한 입장을 표방했지만 내심 북한이 양자회담이라고 주장해온 베이징 3자회담을 한차례 더 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미·일이 회담 형식을 먼저 규정하고 나서자 따를 수밖에 없었다.
5자회담의 성사는 물론 북한에 달려 있다. 다만 북한은 지난 달 24일 "미국이 북·미 쌍무회담에 나서면 미국이 원하는 다자회담에 응하겠다"는 '조건부 다자회담'을 제의하는 등 이전보다는 다소 부드러워진 기색이다. 북한이 '다자회담 틀 속에서의 북·미 직접대화 병행'조차 어려워진 회담 구도를 수용하면 5자 회담은 열릴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력이 효과를 거뒀던 과거의 예를 감안했다"는 아미티지 부장관의 언급을 상기하면, 5자회담은 내용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구도가 될 공산이 크다. 미국은 12, 13일 하와이에서 열리는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후속대응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윤영관 외교장관은 이번 회의서 미국이 북한 등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확산방지체제(PSI) 구축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풀기를 바라는 우리 정부가 미·일의 대북 강경 움직임을 얼마나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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