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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100일 릴레이 인터뷰 / 이창동 문화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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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100일 릴레이 인터뷰 / 이창동 문화부 장관

입력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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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李滄東·49) 문화관광부 장관의 언행과 정책은 수시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평상복 차림과 손수 운전, 언론홍보운영방안 등이 화제가 된 데 대해 그는 "내가 순진해서 그렇게 됐다"고 밝혔다. "언론의 입맛에 맞게 얼마든지 연출할 수 있지만 원칙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했고 앞으로도 절대로 덜 순진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최근 '참여정부 출범 100일 동안의 성과'를 내놓았는데 취임 후 가장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꼽아 주십시오.

"꼽기가 어렵네요. 지금까지 뭘 잘했지 하는 생각보다 뭘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의 성격상 감당하기 어려운 것,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 많아서 고민했습니다. 언론정책도 시작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풀어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기간이 짧아 잘잘못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요. 시간이 가면 제대로 평가 받을 거라 봅니다. "

―최근 한 신문의 장관 업무수행 능력 및 향후 기대치 조사 결과 10위 밖으로 밀려 났는데….

"언론이 대대적으로 두들겨 팬 것을 고려하면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잖아요? 기대치가 낮은 건 좀 섭섭하지만…(웃음). "

―언론홍보운영방안은 타 부처의 경우 반발과 부작용으로 인해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문화부는 이 제도 시행으로 언론과의 관계가 얼마나 건강해졌다고 봅니까.

"정부 중앙청사나 과천 청사의 부처는 브리핑룸 운영이 어렵습니다. 또 국장실 방문도 기자가 청사 내에 상주하는 한 막을 수가 없지요. 하지만 기자들이 일반 사무실 출입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정착됐다고 봐야죠."

―문화부가 기자들의 사무실 방문취재를 제한한 이후 일을 많이 하는 공무원은 답답하고,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만 살판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의외라는 표정을 지은 후)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는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 수 없어요. 단기적으로 판단하는 게 문제죠."

―최근 방송토론에서 언론이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근거 없이 흔들고 있고, 현재의 국정 위기가 언론 탓이라고 밝혔는데….

"(기다렸다는 듯) 전적으로 언론에 책임이 있다는 게 아니라 언론의 균형감각에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언론은 권력을 비판·감시하는 기능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사회적 소통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난 시대에는 비판 기능이 제일의 가치였지만 지금은 소통 기능으로 눈을 돌려야 해요. 그런데 언론이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조장하는 측면이 있어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만 해도 어떻게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의 본질보다는 전교조와 교육부의 갈등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 않나요?"

―노대통령 가족과 후원회장이 관련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도 언론이 가치판단을 잘못해서 그런 것인가요.

"언론의 책임이 상당 부분 있어요. 의혹 중에 불법사실의 근거가 있으면 고발하면 되잖아요. 친고죄도 아닌데…. 이 시점에서 계속 의혹을 생산해 내는 게 어떤 기준에서인지, 국익에 대한 고려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의혹만을 키우는 건 건전한 비판이나 감시라고 볼 수 없어요. 국민이 고발할 만하다고 여길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참여정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두 달 사이 지지도가 20%까지 떨어졌는데 정부 정책의 혼선이 지지도를 떨어뜨린 것은 아닌가요.

"(정부가) 잘하는데 (언론이) 못한다고 하는지, 못하는데 못한다고 하는지 알 수 없어요. 참여정부가 맞닥뜨린 현안 자체가 굉장히 복잡미묘한 것이어서 한쪽 입장에서만 봐선 안돼요. 어떤 것도 선악이 분명하진 않다고 봐요. 이분법으로만 보면 점점 타협과 조정의 폭이 좁아져요."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시행착오가 많고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 국정 철학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닌가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가치로 보는 게 가장 위험해요. 노사문제에 있어서도 사용자냐, 노동자냐 한쪽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노사정책은 성립될 수 없어요. 참여정부 이후 대규모 파업도 최루탄도 없지 않았나요?"

―현재의 언론정책이 과거 보수언론으로부터 받은 피해 의식에서 비롯했고 이런 인식이 결국 언론 일반의 기능까지도 제한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목소리를 높여) 개인적으로 보수언론으로부터 해를 당한 적도 없고, 그래서 피해의식도 없어요. 대통령이 받은 피해가 투사됐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모욕으로 들리네요. 현재의 왜곡된 언론 환경과 시장을 건전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특정매체가 이익을 볼 수도, 불이익을 볼 수도 있어요. 최소한 신문시장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발전해야 하는데 환경이나 제도, 법을 탓하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입니다."

―문화부 내에서도 언론정책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다른 정책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직원이 그런 말을 했다면 제 업무와 관련이 먼 사람일 겁니다. 언론정책은 노력이나 업무시간으로 볼 때 작은 건데 외부에 그렇게 비친 거지요."

―문화일반, 체육, 청소년, 종교 등의 분야에서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 무엇입니까.

"(말을 돌려) 모든 정책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쪽으로 갈 것입니다."

―취임 초기 '조폭 문화'에 비유한 관료사회의 분위기는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국민에게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할 만큼 크게 변했습니다."

―문화부 주변에 민예총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포진한 것은 민예총이 장관을 추천했기 때문은 아닌가요.

"예총―민예총으로 편을 가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다만 민예총이 예총에 비해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 아닌가요. 자연히 문화예술정책 쪽에서 고민하고 발언해 온 사람이 많은 것 뿐이죠."

―4월 문화개혁시민연대 내의 소규모 연구소 개소식에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문화재청장이 참석, 금일봉까지 놓고 갔는데 지나치게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닙니까.

"문화부 직원들에게 예술현장에 나가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과 접촉하고 뭐가 문제인지 알아보라고 얘기하죠. 이게 민간자율의 출발점입니다." (이 장관은 민간과 시민단체를 구별하지 않았다.)

―스크린쿼터 문제를 놓고 재경부나 외교통상부가 영화감독 출신인 장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해석이 무성합니다.

"영화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화가 무너지면 나머지 영상 연계산업이 다 무너집니다. 한미투자보장협정을 체결하면 40억 달러의 투자가 된다고들 하지만 협정체결이 안돼서 못 들어온 돈이 있나요? 여건만 되면 400억 달러도 들어옵니다."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스크린쿼터를 지켜야 한다는 얘긴가요.

"(재경부나 외교부와의 인식차를 인정한 후) 경제적 피해를 부른다는 그 전제를 받아들이지 못하겠어요. 이는 살림살이에 대한 기싸움으로 봐야 해요. 스크린쿼터를 더 이상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이 장관은 정치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그 동안 부임한 장관들이 정치적이어서 언론 비판에 벌벌 떨고, 또 조금 잘 써주면 고마워 했지만 자신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직접운전·노타이는 정체성 유지위한 노력"

2월 부임 당시 직접 승용차를 몰고 출근해 눈길을 끈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금도 손수 운전해 출·퇴근을 한다. 또 특별한 공식행사나 의식에 참석할 일이 없으면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도 취임 때와 마찬가지다. 점심 식사도 약속이 없는 한 구내식당에서 한다.

이런 모습을 두고 그는 "순전히 나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장관직을 수락할 때 자유롭게 사회적 발언을 하던 영화감독의 실존적 토대가 변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다"며 "공직사회는 정치적, 조직적이고 구심력이 작용하는 공간이어서 자칫하면 빨려 들어갈 우려가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체질적으로 공직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 "처음부터 장관직의 미스 캐스팅이라고 봤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단 맡은 이상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하려고 한다"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행동과 태도도 결국은 장관직을 잘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 프로필

1954년 대구 출생

경북대 국어교육과 졸업

경북 영양고·서울 신일고 교사(1981∼1986)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1983)

영화 '오아시스'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2002)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2001∼200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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