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보다 더 무서운 게 담배입니다. 사스는 최근 몇 달새 수백 명을 갑자기 사망케 해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지만, 담배로 지난해 사망한 사람은 수백만 명이 넘습니다. 담배는 인간을 조용히, 천천히, 대량으로 파괴하는 무서운 무기입니다." 조나단 샤멧(57)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 교수가 국내 금연 연구와 정책 개발 컨설팅을 위해 내한했다.하버드대 출신으로 9년째 존스홉킨스 역학과 주임교수직을 맡으면서 대학내 '글로벌 담배 규제 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샤멧 박사는 연세대 지선하 교수와 '한국인의 흡연과 암 발생 위험' 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흡연 관련 역학조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피보험자와 피부양자로 등록된 120만 명을 대상으로 6년 동안 추적한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후두암발생 위험이 무려 6.5배나 높았습니다. 폐암은 4.6배, 식도암은 3.6배나 더 많이 발생했지요." 샤멧 박사는 이번 조사 대상자의 경우 흡연을 시작한 연령(25세 전후)이 높고, 흡연량도 하루 10개피 정도로 그리 많지 않아 요즘 흡연자와 비교하면 암 발생 위험률이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 젊은이들의 흡연 연령이 15세 전후로 낮아지고 흡연량도 한 갑 이상이라고 들었다"면서 "20∼30년 뒤엔 지금보다 담배로 인한 암발생이 2∼3배 많아질 것" 이라고 말했다. 역학 조사 결과는 올 연말 '국제역학회지'에 발표될 예정이다.
샤멧 박사는 날로 교묘해지는 담배제조 회사들의 판촉 수단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얼마 전 미국에선 담배 제조회사의 지원을 받아 '어떤 담배가 건강을 보호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가'라는 조사가 이루어졌어요. 그 조사결과를 낸 기사까지 나오는 것을 보니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그는 담배 포장에서 '라이트' '마일드' 등의 표시는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면서 "타르 함량을 낮추면 담배 맛이 순하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건강에 덜 해로운 것은 아니다" 고 강조했다.
그는 담배갑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경고 문구를 싣고 있는 캐나다의 강력한 금연 정책이 전세계에 확산되기를 희망했다. "구부러진 담배 이미지 사진과 함께 '담배는 당신에게 발기부전을 일으킨다' 라는 경고문구를 보고서도, 담배를 계속 찾을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입니다."
/송영주 편집위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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