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새 대표를 정하는 경선이 오늘부터 시작된다. 153석의 원내 제1당인 거대야당의 진로를 결정짓는 중요한 행사다. 소수파 여당, 그것도 심각한 내분에 싸여 정체성의 혼선을 면치 못하는 집권 민주당보다 어쩌면 더 크다 할 정치적 위상에 걸맞을 리더십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요구에 부응할 만한 역량과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적지않은 회의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한나라당의 대표경선은 대선 패배를 말끔히 정리하고 다시 한번 정권도전에 나서기 위한 목표와 전열을 가다듬는 성공적 계기가 돼야 한다. 경선에 나선 6명의 주자들은 모두가 3김 시대를 대체할 차세대 인물들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격변하는 시대조류와 젊은 세력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치 가치를 제대로 대변하고 담아내려면 이 상태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
대표를 선출할 한나라당의 선거인단이 50대 이상이 77%나 되는 반면, 20∼ 30대가 5%대에 불과하다고 발표해 충격을 느꼈던 것이 그래서였다. 한나라당은 다시 연령층을 따진 결과를 수정발표했지만 어처구니가 없다. 대표경선을 치르는 당이 하루 만에 공식 발표내용을 바꾸어야 한다면 그 공신력과 그에 따르는 결과에 대해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어느 쪽이든 젊은 층의 외면과 이탈이 만만치 않은 만큼 그 의미를 아프게 새겨야만 한다.
이런 원인은 한나라당 자신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비록 정권은 내주었지만 엄연한 절반의 지지세력에게 주도적 지향과 비전을 한나라당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비판세력으로 최대이지만 그저 그 뿐이어서야 당의 한계를 넓혀 개척할 수가 없다. 기득세력의 집합, 수구가치의 대변자라는 낡은 이미지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잠재적 집권세력으로서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 다수야당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한국정치의 불안은 치유되지 못한다. 한나라당의 대표경선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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