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유통업체가 '트롬'을 경품으로 내걸고 행사를 벌였다. 트롬은 LG전자가 만들고 있는 드럼 세탁기의 브랜드. 하지만 정작 이 행사에서 경품으로 나온 것은 다른 회사의 드럼 세탁기였다.트롬이 세탁물의 낙차를 이용해 세탁하는 드럼세탁기중에서 대표상품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1998년 개발돼 3년간 수출만 하던 LG전자 트롬이 국내에 나온 것은 지난해 초.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수입 세탁기가 지배하던 국내 드럼 세탁기 시장을 단숨에 석권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브랜드 이미지 올리기
우선 출시 초기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 것이 적중했다. 2002년 초 내수시장에 트롬을 처음으로 선보인 LG전자는 수 십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과감하게 투입했다.
외산 제품들이 비록 국내 드럼 세탁기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주도적 브랜드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주도제품으로 자리잡는 것이 급선무로 꼽혔기 때문이었다.
LG전자는 출시하자마자 '중고 세탁기 보상판매', '여대 기숙사 기증행사', '아파트 모델하우스 전시회' 등 다양한 판촉활동을 펼쳤고 롯데월드 등 인구밀집 지역에서 트롬 로고가 새겨진 다양한 경품을 배포했다.
사실 '트롬(TROMM)'은 브랜드 명명부터 철저한 마케팅 전략에 따라 이뤄졌다. 트롬은 드럼(DRUM)의 독일어(Trommel)를 줄여 만든 말.
LG전자 관계자는 "심오한 뜻은 없지만, 드럼 세탁기라는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한 이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전까지 외산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터라 백화점 드럼 세탁기 매장에 제품을 들여놓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결국 LG전자가 택한 것은 일대일 설득작전. 마케팅 담당자들이 백화점 관계자들을 맨투맨으로 만나 수입제품과의 차별성, 기술적 우수성 등을 홍보하는 게릴라전을 펼쳤다.
LG전자 마케팅 관계자는 "처음에도 여러 차례 찾아가도 거절을 당하기가 부지기수였다"면서 "트롬을 들여놓은 백화점이 조금씩 늘어나고 소비자 반응이 좋다는 입 소문이 번지면서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식 드럼 세탁기
드럼 세탁기는 당초 유럽에서 사용되던 세탁방식. 때문에 LG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 한국인의 생활 양식에 맞는 '한국식 드럼 세탁기' 개발에 주력했다.
우선 외국산 유명 제품들이 대부분 미국과 유럽인에서 널리 쓰이는 5㎏짜리 소용량이었던 반면 LG전자는 이불 빨래 등을 자주 하는 한국인의 특성에 맞춰 7.5㎏ 짜리 트롬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 작전을 펼쳤다.
또 삶은 빨래를 자주하는 한국식 세탁 방법을 감안해 건조 기능을 강화한 제품을 내놓은 것도 트롬이 외국산 유명 드럼 세탁기를 제치고 시장 선도제품으로 자리잡은 배경이다.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하면서 세탁물 건조에 불편을 겪고 있는 주부들의 심리를 제대로 읽은 것이다.
소음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세계 최초로 인버터 모터를 직접 드럼에 부착시켜 작동시키는 모터 직접 구동방식을 채용한 것도 인기의 비결.
LG전자측이 현재 추산하고 있는 드럼 세탁기 시장에서 트롬이 차지하는 비중은 55%. 국내 다른 업체보다 1년 이상 먼저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는 선도업체로서의 주도권을 살려 2005년까지 내수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출시 초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과감하게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한국식 세탁문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드럼 세탁기=트롬'이란 공식을 가능케 한 비결"이라고 밝혔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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