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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조흥銀 노조 "떼∼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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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조흥銀 노조 "떼∼한민국"

입력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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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전국토를 뒤흔들었던 "대∼한민국"의 함성이 1년만에 "떼∼한민국"으로 바뀌었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다. 수많은 이해집단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힘으로 밀어 부치면 못 할 일이 없는 풍조를 빗댄 말이다.9일 오전 7시30분부터 예금보험공사 15층 회의실에서 극비리에 열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원회에도 조흥은행 노조원 10여명이 갑작스레 '떼'를 지어 들이닥치는 바람에 30여분간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1층 로비에서 출입을 제지하는 청원 경찰들에게 "청와대도 들어가는데 너희들이 뭔데 막느냐"고 소리치며 힘으로 밀어붙인 노조원들. 15층 회의장 앞에서 다시 이들을 가로막는 예보 직원에게 "분신이라도 해야 정신 차리겠느냐"고 고함을 질렀다.

강제로 문을 따고 회의장에 들어간 노조원들은 출입문 두 곳을 2인1조로 막아선 채 참석자들에게 "이 XX들, 다 앉아"라며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후 30여분에 걸쳐 "왜 비밀 회의를 하느냐", "정부는 약속을 지키라"고 따졌고, 회의서류를 빼앗으려다 다시 격한 충돌이 벌어졌다.

2일 청와대가 주최한 노사정 토론회 이후 조흥은행 매각 협상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노조의 반발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미 전직원들에게 언제라도 즉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파업비상대기 체제'를 선포한 상태이고, 노조 홈페이지에는 "파업명령만 기다리겠다"는 글들이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다.

노조의 회의장 난입은 엄연한 공무집행 방해이다. 은행 매각에 반대할 자유는 있지만,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회의가 열렸다고 해서 회의장을 뒤엎을 권리는 없다. 논리보다는 욕설과 힘을 앞세운 떼거리 행동으론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남대희 경제부 기자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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